[편견에 우는 여성들] “자취·유학 경험 있으면 감점” 황당 결혼정보회사 기사의 사진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직장인 이지선(가명·25·여)씨는 자취 생활을 포기하고 할머니 댁에 머물고 있다. 서울 방값이 비싼 탓도 있지만 나중에 결혼정보회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소문이 맘에 걸렸다. 이씨는 27일 “자취 경력이 있으면 성(性)적으로 문란하게 생활했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생각은 사실일까. 이 ‘도시 괴담’ 같은 말은 현실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결혼중개회사는 유학이나 자취 경험이 있는 여성들을 기피하거나 회원 가입 때 웃돈을 요구한다. 대학가에선 외국인과 교류하는 동아리 여대생들을 ‘헤프다’며 따돌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에서 일부 남성의 ‘뒷담화’ 정도로 소비돼온 여성 비하와 편견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등장한 것이다.

연세대 4학년 정모(24·여)씨는 교환학생으로 갈 나라를 고르면서 호주는 선택지에서 무조건 제외했다. 정씨는 “같은 영어권이라도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무엇보다 호주에 머물다 오면 개방적으로 놀다 왔다는 편견 탓에 결혼정보회사 등급이 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몇 년 전부터 호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성매매 여성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이 같은 편견에 한몫했다. 정씨의 친구들도 호주로 떠나기를 꺼린다.

국민일보가 서울과 수도권의 결혼정보업체 5곳에 문의한 결과 4곳에서 “세 가지 요소(호주 유학, 자취, 외국인 교류 동아리 활동)는 감점 대상”이라고 답했다. 남성은 부모 재산이 200억원 이상인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는 서울 청담동의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남자 집안에서 자취 경험 없이 부모와 같이 살아온 여성이나 아예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여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런 경우엔 남자관계가 복잡했으리란 편견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체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을 경우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가입비를 좀 더 내셔야 한다”고 했다. “자취 경력이 있으면 좋은 사람을 만나기 힘들 수 있다”고까지 직접적으로 말하는 곳도 있었다.

여성에 대한 이 같은 편견은 대학에서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6월 서울의 한 사립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외국인 교류 동아리의 회원 모집 글이 올라오자 게시판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이 동아리는 학내 외국인 교환학생들의 적응을 도와주는 학교 부처 산하 자원봉사단체다.

회원 모집 글에는 ‘백인 한번 만나보려는 여자애들이 들어가는 곳 아니냐’ ‘문란하기로 소문난 곳인데 아직도 여기 지원하는 사람이 있냐’ ‘이 동아리 여학생이 술 마시다 공개된 장소에서 백인 남성과 애무하는 모습을 봤다’ 등 수십개 악성 댓글이 달렸다.

이화여대 김모(23)씨도 학내 외국인 교류 동아리에 들어가려다 선배들의 만류로 포기했다. 김씨는 “외국인과 어울리는 동아리가 성적으로 개방적이란 소문이 워낙 널리 퍼져 있어 이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친구에 대해서까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고려대 최모(25)씨도 “외국인 교류 동아리 출신이라고 하면 왠지 외국인들과 문란하게 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소개팅을 할 때도 그런 동아리 출신은 꺼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박요진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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