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승한] 종교인의 말 기사의 사진

천주교 전주교구 박창신 신부의 강론이 심각한 갈등을 유발시켰다. 박 신부는 지난 22일 군산의 한 미사에서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비판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강론 직후 정부와 여당, 청와대, 보수 진영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자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끝까지 정권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맞섰다.

그의 발언이 알려진 뒤 종교계는 심각한 이념 대립의 양상을 보였다. 개신교계에서도 진보, 보수가 각각 제 목소리를 내는 데 열중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언론회 한국교회평신도단체협의회 한국장로회총연합회 등은 박 신부의 말을 반국가적 망언으로 규탄하고 국가 안정을 위한 천주교의 입장을 분명히 밝힐 것과 신부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다툼 부르는 패역한 세 치 혀

반면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와 감리교정의평화위원회 기장생명선교연대 등은 18대 대선이 국가기관들의 부정한 개입으로 국민의 선택권이 유린됐다며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신부의 말에 교계가 마치 칼날이 무를 위에서 아래로 자르듯 쫙 갈라진 모습이다. 양쪽 두께의 차이만 있을 뿐 이념 대립이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국론 분열을 염려해 한국 기독교계의 원로·중진 목회자, 장로 등 25명이 29일 아침에 모여 나라의 안정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먼저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행하지 못함을 회개하고 국민 통합과 행복을 위해 섬김과 나눔, 사랑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일부 사제들의 발언을 규탄하고 모든 종교 지도자들은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정의를 핑계 삼아 편향된 언동을 삼갈 것을 촉구했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소모적 정쟁을 그치고 민생과 국가안보를 챙기라고 요구했다. 대통령께는 대한민국호의 선장이라며 국가 안정과 국민 행복을 위해 강력한 통치력과 대통합의 소통 리더십을 보여줄 것을 당부했다.

말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동서고금의 격언을 통해서도 세 치 혀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의 말은 파급효과가 매우 커 더욱 신중해야 한다. 성경은 미련한 자의 입술은 다툼을 일으킨다(잠 18:6)고 했다. 또 명철한 사람 입의 말은 깊은 샘물과 같고 지혜의 샘은 솟구쳐 흐르는 내와 같다(잠 18:4)고 했다.

교회는 하나님 백성들의 회합이고 이 땅에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는 곳이다. 사랑으로 갈등을 치유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소통하며, 나누고 섬기는 곳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세운 교회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언제나 자신을 십자가 아래서 성찰해야 한다.

지혜의 샘물 같은 명철한 입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무엇보다 안보에 대한 인식이 투철해야 한다. 6·25전쟁 후 60년 이상을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을 정당화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종교인들은 마치 자신의 말이 정의의 보증수표인 것처럼 남발해선 안 된다. 그러면 하나님의 공의가 발붙일 곳이 없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현재 재판 중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확실한 인과관계도 없이 퇴진하라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온순한 혀는 곧 생명나무이지만 패역한 혀는 마음을 상하게 한다.”(잠 14:6)

이승한 종교국장 s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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