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임순만칼럼

[임순만 칼럼] 미·중·일의 국제적 知性

[임순만 칼럼] 미·중·일의 국제적 知性 기사의 사진

“미국 강성정책과 일본 군사팽창주의가 결합하면 동북아 회오리가 불가피하다”

바야흐로 한국이 21세기 가장 중대한 문제가 될 미·중·일의 요동치는 이해관계의 한 축에 놓이고 있다. 금세기 최대 현안인 미국과 중국의 양자관계가 미·일, 한·미, 한·일, 한·중, 일·중 관계의 파장을 확대시키고 있고, 아울러 북핵 문제까지 연결됨으로써 한반도를 둘러싼 삼각파가 검은 너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선포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은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응수를 타진하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 방공식별구역(KADIZ)을 최소한 이어도를 포함한 한국 비행정보구역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중국의 발표 직후 미 국방부는 B-52 폭격기 2대를 중국이 발표한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출격시킴으로써 중·일 간 분쟁에 본격 가세했다. 이 기싸움은 중국의 군사력이 팽창할 앞으로 10년간 끊임없이 확산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1963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7광구 상공과 이어도가 제외된 한국방공식별구역을 우리가 관할하는 비행정보구역과 일치하도록 확대를 미국에 요구했으나 69년 일본이 방공식별구역(JADIZ)을 재설정한 이후 미국은 한·일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이유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국이 구역을 확대하면 중국 일본과 이어도, 독도, 홍도의 영공이 분쟁 상태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 중국 한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미국 조 바이든 부통령의 아시아 순방은 아·태 지역이 분쟁을 극복하고 평화 번영을 구가하는 현명한 위상을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강대국 간의 갈등 지역이 될지를 시험하는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바이든의 순방에 대해 한국은 일본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미국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의 시각은 “미국은 일본에 대해 주변국들과 협력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할 것”이라는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일본 언론은 바이든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며,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방공식별구역 이슈에 대해서도 일본 편을 들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의 집단자위권을 옹호할 경우 한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강성권력을 강조하며 외교정책을 수행했던 부시 행정부와 달리 스마트파워를 강조한 오바마 정부의 존재감을 상실하는 과오가 될 우려가 있다. 미국의 일방적인 강성 정책과 일본의 군사 팽창주의가 결합할 경우 동북아 지역은 일대 회오리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중국을 자극할 뿐 아니라 중국의 팽창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선택해야 할 카드는 많지 않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은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일과 연합해 중국을 압박하자는 방안은 한국에는 최악이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 재조정에 대해 미국은 방관자적 태도를 취해 왔고, 일본은 10여 차례의 협상을 거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미·일과 연합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 문제나 대중국 관계를 고려해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지금은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한국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다시금 생각나는 국면이다. 한·미동맹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 속에 사라졌지만, 서방과 아랍 국가 사이의 중재자로 활약하면서 470만명의 소국을 먹여 살렸던 후세인 요르단 전 국왕의 경우가 있지 않았던가.

이런 점에서 동북아 시대의 복합적인 협력 네트워크와 문화 구축을 지향한 박근혜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더 정교하게 제안돼야 하고, 관련국들은 이 구상에 진지한 관심을 보여야 할 것이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정의는 어떻게 구현될 것인가. 미·중·일의 국제적 지성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균형과 화해를 추구하는 인도주의가 아니고서는 21세기 지구촌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편집인 s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