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대학 시절 통일 한국의 대통령이 되는 게 꿈이었다. 정치 현안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취재하거나 정치를 함께한 전직 대통령 9인에 대한 평가를 부탁해 봤다. 이 전 의장은 “통일 대통령은커녕 반쪽짜리 대통령 출마조차 못해 본 사람”이라고 손사래를 치다가 강하게 요청하자 “평가하기가 송구스럽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승만=사사오입 개헌을 하고 보안법 파동을 일으키고 말년에 3·15 부정선거를 자행한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결국 4·19 혁명까지 일어나게 한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이 나라를 건국하는 데 가장 큰 공로를 세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윤보선=온건하고 유(柔)한 신사였다.

◇박정희=삼선개헌과 유신을 통해 장기집권을 하고 인권을 탄압한 것은 누가 뭐래도 잘못이다. 그러나 이 나라 경제를 살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고 민족의 가능성을 계발한 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조국 근대화를 이룩한 것은 진보세력도 평가해줘야 한다.

◇최규하=양심적이고 부드러운 분이었다. 대통령이 되기 전에 우리나라 외교계 지도자로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두환=비민주적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그러나 재임 시절 경상수지 흑자를 이루고 물가를 잡아 경제가 좋았다. 1987년 민주항쟁 때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는 6·29선언을 받은 것도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공로는 추징금을 제때 내지 않아 완전히 사라졌다. ‘전두환 환수법’이 통과되기 전에 본인과 가족이 빨리 돈을 내고 국민에게 사죄했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을 끌다가 비참하게 되고 말았다.

◇노태우=북방정책을 펴 동구권과 수교를 하고,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내놓는 등 업적을 이뤘으나 추징금 때문에 그것이 가려져 안타깝다.

◇김영삼=소신과 고집으로 3당 합당을 통해 문민정부를 출범시켰다. 금융실명제 등 개혁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막지 못하고, 정치자금을 안전기획부에 숨기는 사건이 발생하도록 한 것은 아쉬운 일이다.

◇김대중=일각의 우려와 달리 정치보복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을 짓는 데 20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화해의 물꼬를 튼 것은 국가에 크게 기여한 점이다. 하지만 그런 일에 돈이 개입되고,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부른 것은 옥에 티다.

◇노무현=돈 안 드는 선거, 깨끗한 정치풍토를 위해 노력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가족과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부정을 저지른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양심이 있어 그 사건에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남 부자와 일류대 출신을 비하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 놓은 것은 정치적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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