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빅볼과 스몰볼 기사의 사진

야구는 경기를 풀어내는 스타일에 따라 크게 화끈한 공격을 지향하는 빅볼(big ball)과 조직력을 통해 차곡차곡 점수를 내는 스몰볼(small ball)로 나뉜다. 롱볼(long ball)이라고도 불리는 빅볼은 장타력이 좋은 타자 등 선수의 역량에 주로 의존하는 미국 야구가 대표적이다. 이에 비해 홈런 같은 한방보다는 벤치의 작전을 토대로 도루, 번트, 희생타와 같은 자잘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스몰볼은 일본 야구를 대표한다.

우리나라에서 빅볼과 스몰볼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부터다. 당시 일본 대표팀을 이끌던 오 사다하루 감독이 인터뷰에서 “기동력과 다양한 작전을 통한 ‘스몰볼’로 미국 야구에 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 감독의 말대로 일본은 짜임새 있는 야구로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일본의 전설적인 홈런왕 출신인 오 감독은 빅볼에 어울릴 것 같지만 감독이 된 이후 스몰볼을 추구했다. 야구의 승패는 스타의 힘이 아니라 잘 짜여진 질서와 작전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신봉한 스몰볼은 이제 한국에서도 대세가 됐다. 2001년과 2002년 김인식 감독과 김응용 감독이 선 굵은 야구로 두산과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스몰볼 성향의 감독이 이끄는 팀들이 대권을 차지했다.

2003∼2004년의 현대 김재박 감독, 2005∼2006년의 삼성 선동열 감독, 2007∼2008년과 2010년의 SK 김성근 감독, 2009년의 KIA 조범현 감독, 2011∼2013년의 삼성 류중일 감독 등은 모두 잦은 번트 시도와 작전 구사로 대변되는 인물들이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일본 야구 특유의 세밀함과 데이터에 바탕을 둔 스몰볼을 통해 하위 팀이던 SK를 최강팀으로 바꿔놓으면서 국내 야구계 전체에 스몰볼 열풍이 불었다. ‘벌떼야구’로 대변되는 불펜 중심의 마운드 운영, 기동력과 수비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SK의 야구는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재미없는 야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승부에선 상당히 유효하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너도나도 SK를 배우기 위해 애썼다.

올해 스토브리그 최대의 화제였던 두산의 감독 교체 역시 스몰볼의 위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두산은 국내 구단 중에서는 그나마 빅볼에 가까운 야구 스타일을 구사하는 편이었다. 과거 두산을 강팀으로 이끈 김경문 NC 감독은 선 굵은 야구로 팬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이끌던 SK에 번번이 패해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아야 했다.

최근 두산에서 경질된 김진욱 감독의 뒤를 이은 송일수 감독은 “투수를 포함해 수비를 강조하는 야구, 수비력을 끌어올리는 야구, 실점을 줄이는 야구”를 표방했다. 즉 튼실한 마운드와 수비를 바탕으로 일발 장타보다는 기동력과 다양한 벤치의 작전 등을 앞세워 대량 득점보다 1점씩 착실하게 쌓아가는 스몰볼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팬들을 매료시켰던 두산의 팀 컬러가 바뀌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사실 스몰볼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센스가 뛰어난 선수들이 있어야만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다. 최근 가혹할 정도로 대대적인 리빌딩을 통해 선수단의 평균 나이를 대폭 낮춘 두산이 어떻게 탄탄한 수비와 조직력을 만들어낼지 내년이 궁금해진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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