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이선우] 영웅의 모습을 기대하며… 기사의 사진

여야 정치인들이 현재의 정치적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소식은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필자는 가능한 언론을 통한 정치평론을 피해 왔지만 현재의 상황만큼은 그저 참고 넘기기에는 대학교수로서, 사회통합을 염원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활동가로서의 양심이 침묵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현재 정치 현상에 대한 진단을 해보고자 한다.

진단 #1 우리 정치계에는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는 마당발이니 다선 국회의원이니 해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계의 어른 역할을 했고, 갈등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들을 중심으로 현안을 해결해나갔다. 18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경륜을 가진 노련한 정치인들이 뒤안길로 사라지고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여야 정치인들 간 돈독한 우애까지는 기대하지 않더라고 오랜 의정생활을 같이하면서 동료의식을 키워온 정치인들이 존재할 때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는 ‘감’이라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싸우더라도 일정 선을 넘는 논평이나 행동이 나오면 어른 정치인들이 자제시키고, 여야 간 조정역할을 자임해 상황을 정리하는 노회한 정치인들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싸울 때는 적정 선 내에서 싸우도록 기준 역할을 하면서 물밑에서는 정지작업을 해주는 그런 어른이 우리는 필요하다.

진단 #2 우리 정치계에는 영웅 노릇을 하는 훌륭한 연극배우가 보이지 않는다. 국회는 연극무대이고 정치인은 배우임을 잊어버리고 있는 듯하다. 정치인은 국민들을 기쁘고 즐겁게, 그리고 사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동시에 어린 아이들에게는 꿈을 심어주는 역할모델이어야 하고, 청년들에게는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희망을 주는 미래설계사가 돼야 하며, 어르신들에게는 노년의 걱정을 덜어주는 복지상담전문가가 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같은 동료들끼리 험한 말을 쏟아낸다. 정치인들은 상대에게 손수 손해를 입혀서는 덕을 얻지 못한다. 아무리 미운 적이라도 덕담을 해주는 아량이 필요하다. 조조는 자신을 욕하는 이형을 인재 추천이라는 명목으로 황조에게 보내는데 조조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그는 자신에 대한 이형의 독설을 참지 못하고 직접 손에 피를 묻히고 만다. 이것이 소인배와 대인배의 차이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 정치인들도 대인배와 같은 영웅의 면모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소소한 일로 목숨 바쳐 싸우는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단 #3 기다림과 느림의 미학이 없다. 필요에 따라 정치인들이 사회적 이슈를 발굴하고 이끌어가야 하지만 많은 경우에는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서 움직여 주는 수동적 행동도 필요하다.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의 이름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자 한다. 그런데 ‘국민’의 정의는 다수를 의미하는 것이지 소수 또는 자기 주변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소수의견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며, 그 소수의견을 대변하는 것도 정치인들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과 행동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을 필요가 있음을 상기하였으면 좋겠다. 송양지덕이라 함은 우유부단함과 어리석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의 주장을 들어주고 이해하면서 최소한의 예를 갖추는 미덕일 수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전해나가면서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불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제기된 적이 있다. 즉 직접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주장들이 많다. 이 말은 국회 무용론과도 통하는 말일 수 있음을 정치인들은 인지하고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과 민의의 반영을 위하여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

이선우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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