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한국교회 필리핀 돕기 그 후 기사의 사진

한국교회의 이웃 사랑은 이번에도 주효했다. 한국교회필리핀재해구호연합(재해구호연합)과 기독 NGO인 굿피플이 국민일보 지면을 통해 필리핀 돕기에 나선 지 3주 만에 무려 70억원이 넘는 성금과 물품 기부액이 모였다. 20여일 만에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교회가 중심이 돼 모은 성금 36억6000만원을 훨씬 뛰어넘었다.

단순히 금액이 많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성금을 낸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스토리가 읽힌다는 데 눈길이 간다. 주종을 이루는 성금은 교회 명의나 성도들 이름으로 낸 5만∼10만원 규모다. 그러나 억 단위의 현금이나 물품을 낸 대형교회와 대기업이 있는가 하면 1만원 이하의 적은 돈을 보내온 손길도 있었다. 기탁자의 형편을 짐작하게 하는 성금도 많았다. 냉면집 또는 고깃집으로 보이는 청송면옥 직원들은 80만원을 보내왔고, 장애인교회인 안산농아인교회도 10만원을 냈다. 저금통을 깨트린 듯한 7만3700원, 2만7500원짜리 성금도 있었고, 헌법재판소신우회와 수자원공사 등 공직자들도 동참했다.

NGO 단체인 월드휴먼브리지는 1억원이란 거액을 내 ‘NGO를 돕는 NGO’라는 명예를 얻었다. 스스로를 드러내기 꺼리는 익명의 기탁자도 적지 않았다.

업그레이드 된 구호 사역

한국교회의 필리핀 돕기가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이번 구호 사역 내용이 한 단계 진보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맞춤형’ 구호가 특징이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 김종생 사무총장이 “현지 주민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데 가장 초점을 맞췄다”고 말한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마음만 성급한 까닭에 비효율적이고 심지어 경쟁의식까지 발동했던 과거의 폐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지 단체와 연합해 도움을 펼친다는 사실도 박수 받을 만하다. 재해구호연합은 필리핀 공교회를 통해 구호활동을 펼친다는 원칙 아래 필리핀교회협의회, 필리핀연합교회와 함께 활동하고 있다. 특히 과거 모금 과정에서 불거졌던 재정비리 문제 등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필리핀연합교회와 동역하는 선교사들을 통해 성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 한국교회를 비롯해 국제 NGO, 각국 정부의 도움으로 타클로반 등 피해 지역의 시신 수습, 잔해 정리, 구호물품 배급, 응급처치 등 긴급 구호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사정은 여전히 참혹하다는 게 현지의 한국교회 관계자들 증언이다. 타클로반은 전체 주민 27만여명 중 20여만명이 마닐라 등 대도시로 떠난 데다 아직 복구는 엄두도 못내 유령의 도시 같다고 한다.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고 주거시설이 없어 노숙이 일상이 됐고 치안 불안도 상존한다는 것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긴급의료구호단의 한 관계자는 “한국 언론에 보도된 상황보다 이곳의 형편은 훨씬 나쁘다”며 “한국교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구호전문가들은 한국교회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같은 정신적 치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뜨거운 기도와 관심이 특효약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가 다 가고 있다. 어느 해 그러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올 세밑도 스산한 마음이 앞선다. 두서없이 한해를 마무리하지만 이번 연말은 모처럼 이웃을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제대로 하나 이룬 것도 없는 마당에 옆과 뒤를 살피는 너그러움마저 없다면 정말 한심할 것 같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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