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베리칩과 두 과학 기사의 사진

지난 주말 흥미로운 미래의학 토론회가 열려 가봤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창립 16주년 기념 심포지엄으로 ‘베리칩,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주제였다. 과학 철학과 정신의학, 생명윤리, 종교계 전문가들이 나와 최근 국내외에서 논쟁이 한창인 베리칩 문제를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자리였다.

베리칩(verichip)은 ‘확인용 칩’(verification chip)의 약어로 미국의 한 바이오칩 제조 회사가 개발한 상품명이다. 무선 송수신 식별장치(RFID·전자태그)를 내장한 쌀알 크기의 작은 마이크로 칩을 생명체의 몸속에 넣어 신원이나 정보를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

애완용 동물이나 가축들의 관리를 위한 전자 인식표로 사용되던 이 칩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04년 인간의 몸속에도 심도록 허가하면서 찬반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베리칩을 통해 개인의 신분 확인, 자산 및 건강 관리 등 여러 측면에서 생활의 편의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베리칩에는 개인 신상정보뿐 아니라 금융거래 정보, 유전자 정보, 질환 및 진료 기록 같은 의료 정보가 담겨 있어 외부 데이터베이스와 연결되면 모든 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의학 분야 활용도가 기대된다. 심장병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중대 질병에 걸린 사람의 생체 상태를 수시로 파악하고 위험을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집을 못 찾고 길을 헤매고 있어도 무선 송수신 장치를 통해 위치 추적이 가능하다.

반대론자들은 이를 동전의 한 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동전의 다른 면에서 본다면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전자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누구든 타인의 몸속에 심어 있는 베리칩을 동의 없이 몰래 스캔 혹은 해킹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개인 정보가 쉽게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출된 정보는 개인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거니와 사회적 차별을 강요하는 등 인권을 침해하는 데 충분히 악용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정보들이 어떤 이유로든 특정 집단의 서버로 모이게 된다면 21세기 ‘빅 브러더’의 등장도 예측 가능하다.

개인에 대한 일상 감시가 가능한 ‘전자 파놉티콘(고대 죄수 감시용 원형감옥) 사회’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부 기독교계는 베리칩을 성경 속 ‘짐승의 표(666)’와 연관 지어 인간에게 절대 심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논쟁이 계속되자 베리칩 회사는 2010년 칩 생산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칩을 만들고 있으며 칩을 넣는 다양한 기업과 정부가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는 설들이 나돌고 있어 아직은 그 어느 쪽이 진실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더구나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보험개혁법에서 건강보험제도를 강하게 추진하기 위한 방편으로 2017년부터 전 국민에게 베리칩 이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세상은 ‘두 과학’의 상보적 관계를 통해 발전해 왔다. 유용한 가치를 산출하는 ‘긍정의 과학’만이 아니라 초래될 부작용과 위험성을 전하는 ‘부정의 과학’이다. 쏟아지는 첨단 과학기술의 이런 양면성에 대한 합리적이고 균형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 40여년 전 시험관 아기를 영국 정부가 승인할 때 교황청이나 종교단체에서 ‘악마의 짓이다’ ‘천벌을 받는다’며 반발했지만, 지금은 많은 국가에서 정부가 돈을 내면서 ‘불임 수술’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세월이 가면서 인간은 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의식까지 바꾸기도 한다.

민태원 사회부 차장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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