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현] 김정은을 ICC에 세우려면 기사의 사진

항복한 진나라 20만 군사를 산 채 묻어버린 항우,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600만명을 학살한 히틀러, 수많은 정치범을 학살한 스탈린. 인류 역사상 대량학살과 전쟁범죄는 끊임없이 있어 왔다. 그동안 뉘른베르크국제군사재판소, 도쿄국제군사재판소, 유고국제형사재판소,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 등 4개의 국제 전범재판소가 설치됐으나 이들은 한시적 기구에 불과했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신속하게 전쟁범죄를 단죄할 수 있는 상설적 국제형사재판소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결국 집단살해죄, 인도에 반한 죄, 전쟁범죄를 범한 자를 처벌하고 이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 로마규정에 근거해 2002년 헤이그에 인류 최초 상설 형사재판소인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세워졌다.

국제형사재판소는 18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다. 송상현 재판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해 2003년 초대 재판관으로 선출됐으며 2006년 재선됐다. 이후 2009년 재판소장으로 선출돼 2012년 연임됐다. 그는 한국이 배출한 최초의 국제 사법기관 수장이다. 그는 국제형사재판소의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회원국과 여러 국제기구 및 지역기구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국제형사재판소의 거대한 피해자보상신탁기금 운영을 효율적으로 개시하기 위해 참혹하게 손발이나 귀, 코 또는 입술이 잘린 전쟁 피해자를 만나 실상을 파악하고자 우간다, 중앙아프리카, 콩고 등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출범 당시 80여개국이던 회원국이 122개국으로 증가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그동안 체포영장 22건을 발부했고, 16건을 소추해 6건이 공판 중이며, 7건을 수사하고 있다. 20만명이 숨진 수단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해 중범죄 혐의를 받은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2009년과 2010년에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기소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인권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하고 안보리가 이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로마규정 가입국이 아니므로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국제형사재판소에 직접 북한인권 문제를 회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의 계획적인 남한 인사 납북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했다. 또 필자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한국전쟁 종전 이후 약 8만명의 국군포로를 강제 억류해 광산 노동에 동원한 행위에 대해 전쟁범죄 혐의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계획이다. 원죄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저질렀으나 김정은 치하에서도 국군포로에 대한 학대는 지속되었으므로 ‘계속범’으로 볼 수 있다.

국군포로 문제로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 법정에 세우는 방법에는 세 가지가 있다. 회원국이 제소하거나 유엔 안보리가 회부하는 방법, 국제형사재판소 검찰부가 스스로 김정은을 수사해 소추하는 방법이다. 국군포로송환위원회 같은 제삼자가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했을 때 국제형사재판소 검찰부가 이를 받아들여 소추해주면 좋으련만 문제는 이 같은 제소 건수가 이미 1만건을 넘었으므로 언제 수사해 소추해줄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안보리가 회부해주는 것도 좋으나 안보리에서는 러시아, 중국 등 북한을 비호하는 강대국들이 견제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제일 좋은 방법은 로마규정에 따라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회원국인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직접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이다.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북한 인권에 소극적이었던 역대 정권과 달리 박근혜 정부가 용기 있게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줄 것을 기대한다. 지금 당장 하라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북한이 천안함 사태 같은 도발을 해왔을 때 신속하게 제소하면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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