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공감과 연민 사이 기사의 사진

현대인들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마음으로 느끼는 공감의 기술을 잃어버렸다.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만 정작 살아 있는 주변 사람의 고통에는 무감각해져간다. ‘전쟁’을 생각하면 블록버스터 영화의 전투 장면을 떠올리고, ‘기아’를 생각하면 아프리카의 배고픈 아이들을 떠올린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천편일률적인 고통의 이미지에 어느새 익숙해졌고 감수성도 무디어졌다.

감수성 메마른 사람들로 가득

치열한 생존경쟁과 극도의 이기주의,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삶이 고단해서 그런지 기뻐할 줄 모르고, 슬퍼할 줄 모르는 감수성이 메마른 시대를 살고 있다. 현대인의 만남을 무색, 무취, 무미의 ‘자일리톨 만남’에 비유하곤 한다. 그만큼 감정의 교류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정보만 교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우리가 슬피 울어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 함과 같도다”(마 11:17)란 말씀처럼 무심하게 살아간다.

미국 작가 수전 손택은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타인에 대한 연민’이며 되찾아야 할 것은 ‘타인을 향한 공감’이라고 말한다. 연민은 아픈 사람이나 배고픈 사람의 고통을 안방 TV로 시청하며 ARS 자동응답 시스템으로 소액을 기부하는 것이라면, 공감은 그들의 아픔을 느끼고 그 자리로 달려가려는 용기의 시작이다. 어떻게 공감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공감은 내 삶을 던져 타인의 고통을 함께하려는 삶의 태도다. 우는 자와 함께하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그동안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된다.

행복은 감사에서 시작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먼은 저서 ‘플로리시(Flourish)’에서 “우울함과 불행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긍정적인 생각인데, 감사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감사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나 상처도 훨씬 덜 받고 병에 대한 면역력도 강해진다고 한다. 날마다 감사하다 보면 시련을 만나도 빨리 이겨내고, 인생의 기적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결국 감사는 우리에게 행복을 선물해준다.

사회학자들은 행복이 일에서의 성공, 일확천금, 권력이나 명성에서 느껴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이 말하는 행복은 가족, 공동체,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 쾌적한 환경, 사람에 대한 신뢰나 스트레스가 적은 출퇴근 환경처럼 훨씬 단순한 것이다. 사소한 환경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즉 작은 깨달음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매년 12월이면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올 한 해 잘 지내셨는지, 삶이 고단하진 않으셨는지,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도 없이 무심하게 살아오신 건 아닌지 안부를 여쭙고 싶다. 만일 주위에 누군가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면, 평소보다 말수가 없어졌다면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그가 하지 않는 말들을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에게 희망의 말을 해주자.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표현되지 않는 말까지 듣는 귀를 가지라고 하셨다. 행복이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조건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 인생의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좌우된다.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벧전 5:7)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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