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찬규] KADIZ 확대 꼭 필요했다 기사의 사진

지난 8일 정부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재조정, 이를 15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재조정된 곳 중 가장 주목되는 데가 이어도 해역 상공이다. 이곳에서 한·중·일 3개국 방공식별구역(ADIZ)이 겹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 국제법상 ADIZ는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 상공 또는 공해 상공이 아니면 설정할 수 없게 돼 있다. 타국 EEZ 상공에 설정하는 것은 위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EEZ 상공이 아닌 이어도 해역 상공이 일본 ADIZ에 들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EEZ 제도가 출현하기 훨씬 전인, 다시 말해 당해 해역이 공해로 간주되던 때인 1969년 9월 1일 일본이 그곳 상공에 ADIZ를 설정하고, 그때 설정된 ADIZ가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23일 동중국해 ADIZ를 설정할 때 이어도 상공까지 포함시켰는데 이유는 이곳 해역이 자국 EEZ라고 생각한 데 있었던 것 같다. 이곳 해역은 한·중 EEZ가 겹치는 곳이다. 따라서 해양경계 획정이 되기 전에는 각자가 자국 EEZ라고 주장할 수 있는 곳이어서 타방이 보기에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 있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KADIZ가 겹쳐 이어도 해역 상공은 3개국 ADIZ가 중복되는 기이한 모양새를 띠게 되었는데 이 중 일본 것은 설정 당시에는 적법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발전한 현재의 법제도 하에서는 위법이므로 빨리 철회되어야 한다. 문제는 한·중 양국 ADIZ의 중복에 있다. 이것은 동 해역의 경계획정과 관련되는 문제여서 간단치 않다.

수중 돌기물인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81해리(149㎞), 제일 가까운 중국 섬 동다오(童島)에서 133해리(247㎞) 되는 곳에 있어 중간선 원칙에 따른 경계획정을 하게 되면 당연히 우리 쪽에 들어오게 된다. 우리는 1995년에 착공해 2003년 6월 완공한 종합해양과학기지의 운영을 통해 그곳에 대한 실효적 관리를 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국제판례의 경향을 보면 대향연안을 가진 해역의 경계획정에 있어서는 먼저 잠정적 중간선을 설정해 놓고, ‘관련 사정들’을 감안해 그것을 ‘조정’ 또는 ‘수정’한 다음 전체적인 형평성을 고려해 최종적 경계선을 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적용한다고 해도 이어도는 우리쪽에 귀속될 것이 틀림없다.

문제는 중국이 국제재판에 회부하지도 않고 외교교섭을 통한 해결에도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경우에 일어난다. 그런 경우 사태는 당사국의 권리주장이 겹치는 해역으로 남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선 당해 해역의 현상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당사국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유엔 해양법협약의 해석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현상을 손상시킨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에게해 대륙붕사건에 관한 1976년 9월 11일의 잠정조치 명령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대륙붕의 해저면 또는 그 상부수역에의 시설의 설치”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 판정은 가이아나·수리남 간의 해양경계 획정에 관한 2007년 9월 17일의 중재재판 판결에서 재확인되고 있다. 이어도에 건설된 종합해양과학기지가 여기에 해당하는가 어떤가의 문제는 보다 자세한 법률상의 검토가 있어야 해명될 일이지만, 때가 되면 중국이 시비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이어도 해역은 생물자원뿐 아니라 해저 광물자원도 풍부하며, 중국 동해함대가 외양진출을 위해서는 이곳을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민속학적 연고권, 지리적 근접성 등을 근거로 이어도 해역은 당연히 우리 것이라는 목가적 낭만주의에 빠지기도 했지만, 국제정치의 현실은 냉혹하다. 중국의 세계전략은 ‘도광양회(韜光養晦)’에서 ‘주동작위(主動作爲)’로 바뀌고 있다. 이런 엄숙한 시기에 KADIZ 재조정에서 이어도 해역 상공을 KADIZ에 포함시킨 것은 이어도 해역의 보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였다고 본다.

김찬규 국제해양법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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