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 신임 국립발레단장 내정자 간담회 “눈부신 발레단 만들 것…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기사의 사진

“국립발레단장 제안에 ‘예스’라고 답한 이유는 딱 하나예요. 한국을, 한국 발레를 상징하는 국립발레단만의 스타일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무용수 한 사람 한 사람이 빛나서 밖에서 볼 때 눈이 부신 발레단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팀워크가 제일 중요하고, 무엇보다 저에게 시간을 주셔야 해요(웃음).”

내년 2월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하는 강수진(46) 국립발레단장 내정자가 18일 서울 문화체육관광부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펼쳐 보인 각오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제안을 받았지만 그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바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육감만 믿고 사는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육감이 강해본 적이 없었다”며 “결혼하기 전 남편을 만났을 때 이 사람이 내 인생의 파트너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처럼, 인생에 몇 번 안 오는 느낌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평생 열심히 발레를 해 왔던 것처럼, 발레단장으로서도 열심히 할 테니 “시간을 갖고 기다려 달라”는 당부를 수차례 했다. 그는 “발레단 고유의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5년 정도 호흡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며 “오늘 내가 시작했으니 내일부터 반짝반짝 발레단을 만들겠다고 할 수는 없다”며 웃었다.

그는 전날 오전 6시40분 한국에 도착해서 국립발레단 관계자들로부터 첫 업무 보고를 받았다. 일생 첫 업무 보고다. “행정에 대해 공부는 안 했지만 걱정하고 겁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처음이었지만 제가 계속 연습하다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또 모르죠.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있을지. 하하.”

국내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점을 잘 아는 듯했다. 대신 그는 자신이 2016년 6월까지 활동하는 발레리나라는 점이 장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많은 무용수들에게 조언을 해줬고 그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이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수석 발레리나인 그는 내년부터 예정된 공연 스케줄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고 했다. “내년 7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나비부인’과 2015년 11월로 예정된 ‘오네긴’, 그 이듬해 은퇴 공연 세 가지 외에는 계속 취소 중인데, 생각보다 어렵네요.” 그는 전날 업무 보고를 받은 뒤 호텔로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인 뒤 새벽 1시에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예술감독을 겸하는 그가 국립발레단과 처음 펼칠 공연은 내년 2월 부산에서 예정된 ‘라 바야데르’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는 “제 머릿속에 들어오시면 공연 리스트가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있다”며 “한국 관객들이 아직 못 보신 작품들부터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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