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훈] 시간선택제 이대로 좋은가 기사의 사진

뭔가 정책의 방향 설정이 과녁에서 크게 빗겨나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박근혜정부가 애써 추진하고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 얘기다. 시간선택제란 명칭 그대로 근로자들이 생활상의 필요에 의해 노동공급량, 즉 일하는 시간을 스스로 선택 내지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이 있다.

근로자들이 생애단계에서 맞닥뜨리는 생활상의 필요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부담 해소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의 무게 중심은 당연히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여 ‘일과 생활의 균형’(WLB)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데 두어져야 한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유형을 ‘전환형’과 ‘신규형’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전환형이란 ‘현재 전일제인 근로자의 필요에 따라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전환하는 경우’를 말하며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위하여 육아기에 단축근무를 하는 것이 전형적인 케이스다. 문제는 현행 법제도상 육아기에 근로자가 단축근무를 권리로서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지나치게 짧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만6세 이하인 초등학교 입학 전의 자녀를 두고 있을 경우 해당 근로자는 ‘1년’ 이내의 제한된 범위에서 그것도 육아휴직과 근로시간단축을 서로 갈음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말하자면 만일 육아휴직 기간이 6개월이라면 나머지 6개월에 한해 단축근무가 가능한 것이다. 단축근무가 가능한 기간이 고작 6개월에 불과하다면 ‘전환형’이라는 명칭을 쓰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출산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에 부심해 온 일본에서는 1년의 육아 휴직에 이어 근로자 본인이 희망할 경우 자녀가 3세가 될 때까지 육아를 위해 1일 소정노동시간을 6시간으로 단축하는 조치를 사용자가 반드시 취해야만 하도록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실제로는 예를 들어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또는 ‘자녀가 초등학교 4학년에 진학할 때까지’ 등, 취업규칙이나 노사협정에 의해 법 규정을 상회하는 내용으로 육아기 단축근무를 제도화하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에 이른다. ‘전환형’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먼저 육아를 위해 단축근무가 가능한 기간이 획기적으로 연장되어야 한다.

‘신규형’ 시간선택제 일자리도 문제를 안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신규형이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주로 기업의 수요에 따라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신규 채용하는 경우’를 말한다. 정부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의 체결, 최저임금 130% 이상 임금 지급, 근로시간 비례 원칙에 따른 전일제근로자와의 균등대우 등 세 가지를 지원 요건으로 해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는 사업주를 대상으로 월 60만원 한도 내에서 임금의 50%를 지원하는 제도를 현재 시행하고 있다.

현행 비정규직법은 동일 사업장에서 시간제근로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2년을 초과해서 사용할 경우에는 정규직 전환의 의무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신규형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제도는 ‘최근 1년 이내 지원받으려는 사업장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근로자를 재고용하는 경우’는 이 제도의 지원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시키고 있어 시간제 비정규직의 시간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데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제도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시간제 비정규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이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시간제 정규근로자로의 전환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기능할 수 있게끔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할 것이다.

김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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