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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나눔 없는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안녕할까요?

섬김·나눔 없는 우리만의 크리스마스 안녕할까요? 기사의 사진

‘크리스마스 주인공 찾기.’ 연극이나 동화책 제목이 아니다. 교계 단체에서 외치는 구호다. 이들은 예수 탄생 기념일이자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인 크리스마스가 점차 ‘커플에겐 천국, 솔로에겐 지옥인 날’ ‘산타에게 소원을 비는 날’ ‘연말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변질됐다고 우려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지적에 기독교인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요’다. 교계 단체 관계자들은 기독교인조차 점점 세태에 편승해 예수를 ‘문화적 아이콘’으로, 크리스마스를 그저 연휴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잖다고 안타까워했다. 주인공이 잊혀진 크리스마스, 과연 기독교인은 안녕할 수 있을까.

주인공 잃은 크리스마스

“군대 전역을 앞두고 성탄절 즈음 말년휴가를 나온 김혁(26) 병장은 오랜만에 교회 청년부에 갔다가 혼란에 빠진다. 교회에서 만난 청년 모두가 성탄절을 즐길 궁리에만 골몰해서다. 그는 이들에게 예수 탄생의 의미를 알리며 예배를 드리고 이웃 나눔을 실천할 것을 권한다. 데이트, 밤샘 게임, 영화 관람 등을 계획했던 이들은 성탄절의 참 의미를 다시금 깨닫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기독교 포털 갓피플이 발행하는 온·오프라인 잡지 ‘갓피플매거진’에 실린 포토툰(Photo toon·사진을 이용해 만든 만화) 내용이다. 갓피플은 2001년부터 포스터와 성탄예배 자료를 배포하며 대대적으로 ‘크리스마스 되찾기 캠페인’을 펼쳐 왔다. 포토툰은 올해 새롭게 시도하는 갓피플 캠페인이다. ‘교회 안 청장년 먼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알고 기념하자’는 내용을 사진으로 담은 것이다. 12년 전엔 교회 밖 사람들에게 예수가 오신 이유를 알리는 데 힘썼다면 올해는 기독교인부터 성탄의 의미를 바로 알자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성도라도 성탄절이 왜 중요한지를 잘 모르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도성윤 미디어사업부 팀장은 “성탄이 ‘인류를 위한 생일’이란 인식이 희박해진 현실을 반영해 캠페인 대상을 교회 안 성도로 바꿨다”며 “젊은층에 익숙한 웹툰으로 성탄절을 대하는 기독교인의 바람직한 자세와 마음을 담았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2006년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예수님입니다’란 캠페인을 진행했던 팻머스문화선교회도 예수 탄생의 의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최근 사역 방향을 전환했다. 팻머스는 말구유를 크리스마스의 상징으로 알리는 ‘크리스마스에는 구유를’ 캠페인을 펼친다. 기존 캠페인이 산타나 루돌프가 아닌 예수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엔 구유로 성탄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데 목적을 둔 셈이다. 내년부터는 구유 모형을 만들 수 있는 조립용품 세트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선량욱 팻머스문화선교회 대표는 “누가복음 2장을 보면 구유가 예수 탄생의 상징물로 나온다”며 “동물의 밥그릇인 구유를 보며 성도들은 낮고 천한 곳에 오신 구세주를 다시금 기억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도가 알아야 할 성탄의 참된 의미는 무엇일까. 이승구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성탄절을 ‘신인 하나님이 죄인 구원을 위해 인간으로 오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성육신한 예수 탄생은 인류 구원을 위한 기초가 됐다”며 “그의 희생으로 죄에서 벗어난 이들이 증인으로서 감사와 섬김의 삶을 살라는 게 성탄이 우리에게 주는 참된 의미”라고 설명했다.



성탄의 의미는 교회를 넘어선다.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의 탄생은 성도를 비롯한 온 인류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와 성도들은 낮은 곳에 태어난 예수를 기억하고 이웃과 기쁨을 전하기 위해 다채로운 나눔을 펼친다.



플래시몹·케이크로 나누는 성탄의 기쁨



“눈이 내리던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시 명지병원.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는 병원 로비에서 한 여성이 홀로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멈췄다. 곁에 있던 몇 명의 사람이 그의 노래를 거든다. 이때 진료 대기석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바이올린으로 ‘저 들 밖에 한밤중에’를 연주한다. 또다시 곡이 바뀌자 피아노 연주도 흘러나온다. 다음 캐럴은 ‘축하하오 기쁜 성탄’ ‘기쁘다 구주 오셨네’ ‘펠리즈 나비다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춤을 추며 로비 쪽으로 다가온다. 이들을 지켜보던 환자, 보호자, 의사들도 흥에 겨워 캐럴을 부르고 율동을 따라한다. 캐럴을 부른 이들은 병원 트리 앞에 쌓아 놨던 선물을 들고 소아병동의 어린이들과 어르신께 성탄의 기쁨을 전한다.”



경기도 고양시 성광교회 100여명의 성도들이 펼친 캐롤 플래시몹의 줄거리다. 지난해 유튜브에서 45만여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서울역 플래시몹’에 출연했던 이 교회 성도들은 최근 두 번째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병실 침대에서 선물을 받은 어린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뜻밖의 선물에 감동한 어르신은 눈물을 보였다. 유관재 담임목사는 “힘들 때 관심을 가져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위로받는 이들을 보며 함께 감동을 받았다”며 “캐롤 플래시몹같이 성탄의 기쁨을 사회와 이웃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리스천라이프센터는 24일 독거노인과 저소득 편부모 가족에게 성도들이 만든 케이크를 전하는 ‘섬김·나눔 1224 나는야 천사 파티쉐’ 프로그램을 갖는다. 이날 서울 논현2동 영동교회와 경기도 안양 예인교회에 모인 50여 가정은 330개의 케이크를 만들어 양로원과 공부방 등 성탄절을 외롭게 보내는 이들에게 직접 전달한다. 지난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경기도 부천 샘터교회 전병노 목사는 “아흔 가까운 할머니께서 ‘나 같은 늙은이를 챙겨줘서 감사하다’고 눈물 흘리며 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올해도 성도들이 정성껏 만든 케이크가 어르신들을 비롯한 소외 이웃에게 성탄의 기쁨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독문화계 전문가들 역시 성도들이 이웃 나눔에 앞장서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자고 강조했다. 추태화 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 교수는 “죄인에게 새 희망을 주기 위해 예수께서 오신 곳은 가장 천하고 낮은 자리였다”며 “성도라면 이런 주님의 뜻을 본받아 더 낮은 곳의 소외이웃들을 찾아 섬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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