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한국교회와 시국선언 기사의 사진

한국교회의 시국선언과 성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들 선언이나 성명의 취지는 발표 주체에 따라 제각각이다. 한쪽에서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을 비판하며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종북세력을 척결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 때문에 한국교회가 갈등의 중재자나 화해자는 고사하고 오히려 대립과 갈등에 편승하며 이를 부추긴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너무 상반된 입장 표명

실제로 한국교회가 내놓은 시국선언이나 성명서들을 들여다보면 기성 정당이나 이념성 강한 시민단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결론부터 정해놓고 앞서 발표된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성명서들 중 입맛에 맞는 문구들을 그대로 차용한 것 아니냐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전체적 맥락이나 경향성만 보고 그 근거를 주의 깊게 따져보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심각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사실과 의견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고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하는 일이 드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큰 사안일수록 더욱더 사실과 의견을 엄격히 구분하고 사실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국어 시간에 ‘사실과 의견’에 대해 배운다. 교과서적 설명에 따르면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지금 현재 있는 일, ‘의견’은 어떤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갖는 생각을 뜻한다. 학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면 더 복잡한 문제와 연결되지만 실생활에서는 국어교과서 수준의 상식적 이해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다.

한국교회의 시국선언을 촉발했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보강수사와 함께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사실관계를 둘러싼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동시에 양측이 의견을 달리하지 않는 사실관계도 존재한다. 국가기관에 소속된 이들이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반대후보를 비난하는 글들을 유포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설사 문제의 행위가 개인적 일탈이었다 해도 당사자와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재발방지 대책은 반드시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기초인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나머지 선거개입 의도나 조직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고 있다. 양측의 입장 차를 감안한다면 아직은 입증된 사실이라기보다 의혹에 가깝다.

사실과 의견 분리해야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그런데 종종 사실로 오도되거나 오해된다. 이념이나 이해타산, 감정 같은 것들이 결합되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의혹만을 근거로 판단 내리고 입장을 밝히는 것은 너무 성급하고 위험하다. 한동안 톱뉴스를 장식했던 권력형 비리사건들을 보면 그럴듯한 의혹도 수사나 재판 결과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경우가 꽤 있다. 확인된 사실에 집중하고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로 입증될 때까지 최대한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갈등을 중재하고 화해를 도모하려 한다면 이처럼 의견과 사실을 엄격히 분리하고 사실 앞에 겸손하고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교회는 적어도 이념이나 감정,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사실을 기초로 독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신중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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