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동토 위를 폭주하는 처형열차 기사의 사진

“앞으로 ‘반역자’ 처형은 일상화하고 아무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네로의 교훈은 아주 단순하다. 인간의 범죄성은 기본적으로 아이다움에 있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었다. 그가 특별히 ‘악의’ 인간인 것은 아니다.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황제가 되었기 때문에 모두가 주관적이며 완전히 자기도취에 빠져 있었다. …따라서 그것(살육)은 고양이가 생쥐를 죽이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콜린 윌슨, 잔혹-범죄의 역사, 황종호 역)

악행에서 어쩌면 제5대 황제 네로를 능가했을 로마제국의 폭군이 제3대 칼리굴라이다. 17세에 즉위한 네로는 예술가로 자처한 자아도취형 인간이었다. 25세에 황제가 된 칼리굴라는 신으로 자처했다.

어느 연회석에서 그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이 조심스럽게 그 까닭을 물었다. “문득 머리에 떠오른 일인데 말이야, 내가 한 번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면, 너희의 목은 모두 떨어질 거야.” 서커스 맹수의 먹잇감이 비싸다고 듣자, 죄인을 산 채로 먹이라고 명령했다. …그는 로마를 ‘나에게 목이 잘리는 도시’라고 불렀다.(위의 책)

북쪽의 김정은 역시 ‘어린 제왕’이다. 게다가 절대권력이 손에 쥐어졌다. 이성을 마비시키기로는 이것만한 게 없다.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으면 그 위력을 시험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다. 들리기로는 그 첫 희생자가 인민무력부 김철 부부장이었다. 김정일 애도기간에 술을 마셨다는 게 처형 이유였다. 김정은은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말라”고 지시했고, 그의 충실한 부하들은 박격포로 김 부부장을 폭살했다.

‘금지된 놀이’는 시작하기가 어렵지, 금방 익숙해진다. 아주 자연스럽게 처형유희에 빠져드는 것이다. 지난 8월엔 음란물 제작 유포 혐의로 은하수관현악단 등의 예술인 9명인가를 처형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4신 기관총에 화염방사기가 동원됐다고도 했다. 11월 초에는 남한의 영화·드라마를 보거나 음란물을 유통시켰다는 이유로 주민 80여명을 7개 도시에서 공개처형했다는 소문이 전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장성택 처형의 뉴스를 북한 매체가 직접, 구구한 설명과 함께 보도했다. 장성택이 초대형 거물이었다는 뜻이겠다. 처형자들에겐 큰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죽이고 보니까 장성택도 살과 뼈와 피로 이뤄진, 그냥 사람일 뿐이었다. 그래서 독재자와 그 수족들은 안도했을 것이고, 자신감을 부풀렸을 듯하다. 이렇게 된 이상 처형은 일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아무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절대권력은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다모클레스의 검이 되어 권력자의 목을 노린다. 김정은과 그 추종세력이 스스로 안전하길 바란다면 그 검을 치워버려야 한다. 대신 그 자리에 민주법전을 매달아두면 된다. 제어되거나 자제되지 않은 폭력은 자신을 멸망에로 몰아가는 운명의 채찍이다.

칼리굴라는 친위대의 한 사관에 의해 살해당했다. 네로는 반군에 쫓기다가 자살했다. 그 직전에 그는 중얼거렸다. “내 인생은 얼마나 추하고 야만적이었던가!”(위의 책)

이곳 대한민국에서 ‘유신부활’을 경고하며 ‘민주회복’을 외치는 것을 직업삼아 사는 사람들 가운데 ‘종북주의자’가 없지 않다고 들린다. 저 절대권력의 절대악을 목격하면서도 이들이 ‘대한민국 폄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찬양’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칼리굴라 이펙트’라는 게 있다. 1979년 틴토 브라스 감독이 만든 영화 ‘칼리굴라’는 파격적 성 묘사로 유명해졌다. 이 이유로 보스턴 시는 상영을 금지시켰다. 그러자 시민들은 다른 도시로 가서까지 기어이 이 영화를 봤다. 이같이 금지된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을 가리켜 칼리굴라 효과라고 한다. 종북 심리도 이와 유사한 것 아닐까?

아니면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 그게 빌미가 된 복수심 탓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한을 풀어줄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력자로서 북한 통치자 및 그 집단을 상정했을 수 있다. 그러고는 자신의 복수무사에 대한 기대감을 친애의 언어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글쎄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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