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PD저널리즘의 함정 기사의 사진

“PD 개인의 주관적 가치판단을 앞세운 주의·주장이 공정성과 신뢰 위기를 자초”

2004년 6월 여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건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방송사도 보도의 공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발단은 한국언론학회가 당시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대통령 탄핵 관련 TV방송보고서’였다. 결론은 지상파 TV방송이 균형을 잃고 편파적이었다는 내용이었다. 연구보고서를 작성한 언론학자 6명은 뭇매를 맞았다. 2년 후인 2006년 9월 언론학 신간이 출간됐다. 바로 그 언론학자 6명이 TV방송의 구조적 편파성을 이론적으로 연구한 ‘방송저널리즘과 공정성 위기’였다. 총 9장(章)으로 된 학술서는 공정성을 해치는 지상파방송의 내적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를 다뤘다. 8장 ‘PD저널리즘의 구조와 관행’은 지금도 언론학자는 물론 방송인들의 전범으로 남아 있다.

초기 PD저널리즘은 대안저널리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첫 탐사보도로 1983년 처음 방송된 KBS의 ‘추적 60분’은 논란 끝에 1986∼1994년 잠정 폐지됐다 극적으로 되살아나기도 했다. ‘MBC PD수첩’(1990년)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1991년)는 지금도 PD저널리즘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PD저널리즘이 여전히 공정성 시비에 휘말려 있다. 언론학자들의 단골 연구주제가 된 지도 오래다. 특히 ‘MBC PD수첩’은 2005년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로 많은 상처를 남겼다.

PD저널리즘은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언론학자들은 ‘뉴스를 다룰 때 최대한 진실되게, 비(非)편파적이며, 충실하고 공정하게 보도해야 한다’는 ‘저널리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것이 PD저널리즘의 근본위기라는 것이다. PD 개인의 섣부른 주관적 가치판단을 앞세우거나 편파적인 주의·주장이 넘치는 보도로 일관해서 신뢰의 위기를 자초했다고 진단한다.

PD저널리즘은 사실 한국에만 있는 한국적 용어다. 기자와 PD가 협업하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자와 PD의 방송사 내 기능과 역할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저널리즘 가치관의 차이로 반목하기도 한다. 기자와 PD 간 협업은 불가능하다.

PD들은 또 드라마를 만들듯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제작한다. 소설과 같이 기·승·전·결의 구성 아래 사실에 충실한 심층 내지 탐사보다 개인적인 성향과 신념, 주의, 주장이 강하게 작용한다. 데스크 등 조직 내 게이트키핑이 있는 보도국과 달리 PD는 개인 성향과 색깔이 프로그램에 짙게 배어들어간다. 그래서 연출자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과 결론이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뉴스정보 외에 내러티브 스토리(Narrative Story)를 긴 호흡으로 이끌어 가다 보면 사실에 기반하되 스토리의 흥미로운 정황, 주관적 해석, 비판적 시각 등에 더 비중을 두게 된다. 기자가 기사에 영상을 입히는 반면 PD는 영상에 원고를 붙이는 역(逆)편집을 한다. PD가 아닌, 저널리즘을 잘 모르는 작가가 원고를 작성하는 관행은 PD저널리즘의 치명적 약점으로 남아 있다.

PD저널리즘은 또 극적 스토리 구성과 사건재연, 몰래카메라, 자막처리, 음향효과 등을 사용하는 선정적 취재제작이 관행화되어 있다. 더구나 1분 20초 뉴스리포트를 하는 기자와 달리 PD는 보통 30∼50분 분량을 자신의 역량과 책임 아래 취재 편집 제작을 한다. 그러니 사실 확인과 객관성, 갈등적 사안의 공정성 확보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언제든 자기주장에 매몰돼 상대를 공박하는 선전과 비방, 반목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언론학자 6명의 연구는 지금 더 설득력을 갖는다. PD저널리즘이 이제 는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먼저 PD도 입사 단계부터 기자저널리즘을 학습하는 ‘기자-PD 통합교육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보도 규범과 원칙을 준수하는 PD재교육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방송사의 과감한 결단과 인적 투자만이 PD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의 본령을 찾아가는 지름길을 열어줄 수가 있다.

김경호 논설위원 kyung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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