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 “특별·광역시의 자치구의회 폐지가 바람직” 기사의 사진

“지방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 정부가 중앙에서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아직 잘 나눠지지 않았다. 이것을 분야별로 정리해 지방이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지방 책임으로 하고, 정부가 포괄적으로 지원해주는 식으로 할 때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에 한 발언이다. 지방분권 강화와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기도 하다. 이러한 박 대통령 의지에 따라 대통령 소속 자문기구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 대통령 언급처럼 ‘지방은 자율과 창의, 중앙은 지원과 조정’이라는 핵심 가치를 담아 지방자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장은 의견 수렴을 위한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순회 일정을 최근 모두 마쳤다. 창문으로 청와대가 정면으로 보이는 정부서울청사 8층 지방자치발전위원장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지금까지의 활동과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광역자치단체 순방 결과 지방의 관심사는 무엇이었습니까.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들은 분권과 재정에 대한 요구가 큽니다. 특히 어려운 지방재정 상황 때문인지 한목소리로 지방재정 확충 마련을 요청했습니다. 주민들의 경우 주민자치회 도입으로 근린자치를 실현해줄 것과 자치경찰제 및 교육자치제 등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순회 결과를 책자로 만들어 종합적인 토론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토론회에는 시민단체와 지자체, 국회, 학계 관계자들이 참석할 것입니다.”

-지방재정 확충이 관건일 것 같은데, 이를 위해 뭘 해야 할까요.

“지방자치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부가가치세를 5%에서 11%로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소비세율 인상이 의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소비세 및 지방소득세 규모가 확대될 것입니다. 아울러 카지노세 등 새로운 세원을 발굴해 지방세 비중을 높여가야 하고, 국민최저생활 보장을 위한 보편적 복지 사업의 국고보조 비율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지방재정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재정공시 대상을 확대하고, 지자체의 재정 책임성 제고를 위한 방안도 연구 중입니다.”

-충남도지사를 세 차례 역임한 지방자치발전위원장으로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장·단점을 지적한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된 이후 지역주민이 행정 주체로 등장하는 등 자치의식이 제고되고, 지역의 다양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지역발전을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중앙사무와 자치사무의 구분체계가 모호하고, 중앙 의존형 지방재정 구조, 고비용·저효율의 지방행정체제 등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은 상황입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의 임무가 단점들을 고쳐나가는 것이겠네요.

“우리 위원회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20여년 간 축적된 지방자치의 새로운 틀을 만들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 캐치프레이즈는 ‘희망의 새 시대, 색깔있게 미래로’입니다. 지방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지방마다 특색 있게 발전하고, 이를 통해 국가발전을 이뤄 결국 국민 개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입니다. ‘성숙한 지방자치, 행복한 지역주민’을 위해 과감한 분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박근혜정부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낼 6대 과제로 자치사무와 국가사무 구분체계 정비 및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지방재정 확충 및 건전성 강화, 교육자치 개선, 자치경찰제도 도입 방안 마련, 특별·광역시 자치구·군의 지위 및 기능 개편, 주민자치회 도입을 통한 근린자치 활성화를 정했습니다.”

-6대 과제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자치사무와 국가사무를 재정립하는 문제입니다. 현재 중앙사무 4만5000여건을 하나씩 다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권한과 책임이 모호한 업무는 폐지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에 지방자치 관련 특위가 만들어져 법안들을 일괄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1000여건의 법안을 개정해야 할 상황입니다. 한건 한건씩 다루기에는 너무 많습니다. 일괄 처리해야 가능합니다. 따라서 내년 1월 중에 특위를 구성해 달라고 여야에 요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여야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일단 긍정적입니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지요. 우리 위원회가 마련한 과제별 개편안은 반드시 관련법률의 제·개정을 거쳐야 실현이 가능한 것들입니다. 국회가 안 해주면 우리 위원회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상태입니다.”

-6대 과제 마지막에 ‘특별·광역시 자치구의 지위’ 문제가 있는데 무슨 의미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십시오.

“예를 들어 대전의 경우 5개 자치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의 생활권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행정편의상 나눈 것입니다. 일종의 ‘동(洞)’ 개념과 유사한 것이지요. 그 결과 인접해 있는 구(區)라고 해도 행정서비스의 질이 다르고, 복지의 중점 분야도 다릅니다. 그렇다 보니 주민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죠.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의 이런 자치제도는 바꿔야 합니다. 주민을 위한, 주민이 중심이 되는 성숙한 자치가 돼야 합니다. 특별·광역시는 전체가 하나의 생활권입니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대도시가 행정구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통일성과 동질성을 저해하는 특별·광역시의 자치구의회를 해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아울러 이 방안은 지난해 6월 지방행정체제 개편추진위에서 의결해 국회에 제출했던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이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승계한 것이지요.”

-대안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특별·광역시의 구의원을 없애는 대신 시의원을 늘리고, 주민자치회 설치로 지역주민의 대표성을 보완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야겠지요. 구청장의 경우도 특별·광역시장이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특별·광역시의 경우 의회가 있는 자치구를 의회가 없는 행정구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도(道)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특별·광역시의 구와 도의 시·군은 다릅니다. 도의 시·군은 역사성도 다르고, 생활권도 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자치구로 가는 게 맞습니다. 특별·광역시장들도 제도가 변화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할 것입니다. 광역은 더 광역으로, 기초는 더 기초답게 만들어야 나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실행될 수 있을까요.

“글쎄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기득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국회 정개특위에서 다루기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갖고 지방선거 선거제도 개선 문제를 다룰 지방선거관련법 소위를 구성키로 했다. 새누리당 소속의 특위 위원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특별·광역시의 구의회 폐지에 대한 찬성이 68%에 달할 정도로 높아 여야 사이에도 별 이견이 없다. 사라지는 구의회에 대해선 특별·광역시의 시의원 수를 늘리는 방안으로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합의로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 특별·광역시 구의회가 없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아직도 우리 지방자치에 문제가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세계적으로도 국제화와 지방화가 함께 가는 추세입니다. 이른바 ‘세방화(世方化)가 시대흐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면서 준비를 소홀히 했습니다. 사무와 행정체제를 완벽하게 만든 뒤 출범시켰어야 했는데, 시행하면서 보완해 가자는 식으로 조급하게 접근했습니다. 선거 등 정치적 측면이 지나치게 강조되기도 했죠. 그래서 새로운 틀이 필요한 것입니다.”

-기초단체 공직자와 주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할 듯한데요.

“지자체 공직자들은 중앙의존적 자세, 재정의 투명성 확보 노력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합니다. 주민들은 비리 및 부패에 연루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 절대 표를 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중앙정부 공무원들은 지방을 하부기관 정도로 여기며 불신해서는 안 됩니다.”

-지방의원의 자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렇고, 위원회 차원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지요.

“지방의회는 민주주의적 기본 가치를 지자체에서 구현하는 헌법상 기관이며, 지역주민들의 대의기관입니다. 하지만 해야 할 사람은 출마하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은 사람들이 출마하기 때문에 자질시비가 계속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기초의원의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지방의정연수원 설립과 지방의회사무처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 독립 등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혀주십시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들이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한 바 있습니다. 국회 정개특위의 고유 업무인 만큼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 합리적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보완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주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자치경찰제도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요.

“자치경찰은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성을 확보하고 지역특성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범위입니다. 광역자치단체에만 할 것인지, 시·군에도 시행할 것인지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업무입니다. 교통위반이나 경범죄 등에 국한할 것인지, 아니면 수사권을 부여할 것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재정은 국가가 부담할 것인지, 지방에서 부담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실제 실행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생각입니다. 국민 안전과 직결돼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시범실시 등 검증도 철저하게 거쳐야 할 것입니다.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하반기에 법제화를 거쳐 2015년 시범실시, 2016년 전국 확대 실시라는 로드맵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자치경찰의 장(長)을 선출하는 문제는 전혀 검토하지 않는 단계입니다.”

-충청지역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요.

“충청지역 국회의원은 24명이고, 호남은 30명입니다. 그러나 인구는 충청지역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충청지역 국회의원 수를 늘려보자는 희망에서 나온 말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뿐 아니라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정치권이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종시의 효율성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종시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세정특별자치시 건설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의 국책사업입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중심에 경쟁력이 있는 네트워크형 대도시권을 형성해 수도권 집중과 과밀을 완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데 기여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국가발전의 큰 틀에서 생각하고, 지자체들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지혜를 모아서 세종시가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야 합니다.”

-박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특별한 인연은 없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인 1974년부터 4년여 동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인연이라면 인연일까요. 박 대통령이 저를 발탁한 이유는 지방자치에 대한 열정과 오랫동안 쌓아온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박근혜정부의 ‘국민행복, 희망의 새시대’라는 국정비전에 맞게 지방자치를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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