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성국] 산타와 니콜라우스 기사의 사진

크리스마스를 맞아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한결같이 고대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산타클로스이다. 산타클로스는 4세기 동로마제국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우스가 가난한 이웃들에게 식량이나 금품을 나누어 준 데서 유래한다. 그런데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산타’는 주로 미국이나 영국버전이고, 독일의 어린이들은 ‘니콜라우스’라고 부르는 산타클로스를 믿는다. 산타는 아이들이 잠든 크리스마스이브에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나타나 굴뚝을 통해 들어와 어린이의 양말 속에 몰래 선물을 넣고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니콜라우스는 낮에 독일의 울창한 숲에서부터 시종 루프레히트와 함께 걸어나와 아이들의 집을 방문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직접 선물을 전해준다.

산타의 복장은 빨간색이지만, 니콜라우스는 흰색과 금색의 주교 복장에 긴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선물을 가득 담은 보따리를 들고 나타나는 것은 둘 다 같지만, 독일의 니콜라우스는 선물 보따리뿐만 아니라, 한 해 동안 어린이들의 착한 일, 나쁜 일을 자세히 기록한 ‘황금의 책’과 함께 나쁜 어린이들을 응징하는, ‘루테’라고 부르는 막대기를 가지고 있는데, 이 물건들은 험상궂게 생긴 루프레히트 아저씨가 들고 있다. 그래서 산타가 나타나면 미국 어린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반기는데 비해, 독일의 어린이들은 니콜라우스가 등장하면 긴장모드에 들어간다. 선물은 황금 책의 평가를 무사히 통과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이며, 평가 결과에 따라 원하지 않는 매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황금의 책에 빼곡히 적혀 있는 평가내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되는데 소스는 부모들이 사전에 니콜라우스에게 제보한 내용들이다. 어린이들은 니콜라우스가 자신이 한 행동을 족집게처럼 지적하는 것을 들으며 화들짝 놀라 때로는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니콜라우스는 겁을 잔뜩 먹은 어린이들이 행한 착한 일들을 칭찬하고 앞으로 부모님 말씀 잘 들으라는 당부를 하면서 선물을 주는 것으로 훈훈하게 마무리한다.

흥미로운 것은, 선물을 나누어 주는 방식이 산타와 니콜라우스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산타는 한 마디로 ‘선물 퍼주기’를 한다. 어린이들이 선물을 달라고 하면 대부분 별 조건을 달지 않고 준다. 그러나 독일의 니콜라우스는 깐깐해서 선물을 함부로 주지 않는다. 어린이의 행실을 꼼꼼히 저울질하여 그 결과에 따라 선물을 주든지 매를 내리든지 한다. 비약해서 이야기하면, 산타는 보편적 복지론자이고 니콜라우스는 선별적 복지론자라고도 말할 수 있다. 공교로운 것은, 총선을 통해 3기 집권에 성공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의 정책기조가 바로 선별적 복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이고 이것은 독일의 니콜라우스 문화에 기반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의 부채위기 때 구제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는 유럽연합 타 회원국들의 압력에 대해 자구노력 없는 정부에 구제금융을 줄 수 없다며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요구해 결국 관철시킨 점, 키프로스에 대한 금융지원을 할 때도 러시아의 유입자금은 제외시키는 등 따질 것을 따지는 자세를 보였다. 국내에서도 전임자 슈뢰더 총리가 입안한 하르츠 개혁(연금 축소 및 시간제 일자리 도입 등)을 집행함으로써 황금 책과 루테, 그리고 선물을 적절히 사용하는, 전형적인 니콜라우스의 ‘통합적 리더십’을 실현하였다.

우리나라는 지금 대통령의 집권 2년차를 맞아 정치, 경제적으로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대처리즘’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세력을 포용하고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메르켈 모델로 갈지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오늘날 선물을 무조건 퍼주는 산타를 원하지는 않는다. 산타할아버지의 설교 듣기를 거부하고 선물 보따리를 뺏으려고 하는 예의 없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젠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지난 한 해의 행실을 반성하고 새해를 희망차게 시작하게 만드는 ‘훈훈한 니콜라우스’의 방문이 기다려진다.

김성국 이화여대 교수·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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