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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의 재발견] 獨 ‘빗물세’ 부과… 땅 흡수 방해한 자 사회적 책임져야


1970년대 초반 독일 연방 행정법원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빗물세’를 세금 부과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건물이나 도로를 새로 만들면 땅에 흡수되지 못하고 하수도로 흘러들어가는 빗물이 늘어나게 되는데 기존의 하수도 요금체계는 이 점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판결의 핵심은 하수도관을 추가로 만들거나 오·폐수 종말처리장을 증설하면서 드는 비용을 정부가 아니라 인공지표면(물이 스며들기 어려운 지층)을 만들어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못하도록 한 사람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못하도록 한 이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 셈이다.

독일 연방법원의 판결로 독일 주정부들은 1990년대에 인공지표면을 만든 건축업체 등 개발업자에게 빗물세를 부과하는 법적 조치를 취했다. 2000년부터는 상수도 사용량에 따라 부과되던 기존 하수도요금 체계에 물의 통과가 힘든 지표면적을 기준으로 한 빗물요금까지 추가해서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건축업자들은 하수도요금을 감면받기 위해 빗물 저류 및 침투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다. 빗물을 이용한 옥외 식물재배시설·녹화사업, 투수성 포장 등이 빗물세를 감면받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독일은 빗물 재활용 비율을 높이면서 하수도요금과 수돗물 사용량을 줄이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았다. 특히 폭우가 내리는 상황에서 도시가 침수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에너지를 절약하는 데 있어서도 빗물 재활용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에서도 독일과 같은 빗물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최근 시작되고 있다. 연 강수량의 3분의 2가 여름철(7∼9월)에 집중되고 비가 많이 내리지 않는 시기(11∼4월)엔 전체 강수량의 5분의 1만 내리는 상황에서 반복적인 홍수와 가뭄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고민에 따른 것이다.

전체 지면에서 인공지표면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는 현실도 빗물세 논의를 시작하게 만든 원인 중 하나다. 서울시의 경우 인공지표 면적 비율이 1962년 7.8%에서 2010년 47.7%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주거단지의 경우 90% 가까이가 인공지표 면적이다.

전문가들은 빗물세 도입 취지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서울대 한무영 교수는 “물이 통과되지 않는 인공지표면을 만든 사람이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울시부터 빗물 저류 시설이나 지하수 침투 시설을 만들어 빗물이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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