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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의 재발견] 빗물을 물로 보지마!… 서울·수원시의 新치수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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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도시농업에 관심이 많았던 서울 공릉동의 이모(50)씨. 이씨는 본인이 살고 있는 5층 건물 옥상에 텃밭을 만들었다. 텃밭을 가꿀 수 있어 좋았지만 생각보다 수도요금이 많이 들었다. 이씨는 궁리 끝에 ‘빗물이용시설’을 활용해 수도 요금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시로부터 설치 지원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된 이씨는 2㎥(2t)짜리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이씨는 빗물이용시설 지원금 신청서와 이용계획서, 설치업체로부터 받은 견적서를 노원구청 녹색환경과에 제출했다. 약 2주 후 서울시로부터 공사비 지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공사는 6월 말에 시작됐다. 2㎥의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하는 데 약 230만원이 들었다. 공사 후 설치완료 신고서를 구에 제출하자 일주일 만에 2t 기준 공사비의 90%인 190만원이 계좌로 들어왔다.

서울시는 지난 2007년부터 빗물이용 문화 확산을 위한 설치비 지원을 시작했다. 빗물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에는 16곳에 그쳤던 설치지원비 지원이 올해는 32곳으로 늘어났다. 서울시는 0.2∼2t 이내 소형 빗물이용시설을 만들 경우 기준공사비의 90%, 최대 21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빗물을 잘 관리해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5월 서울·인천·강원·충북 등 수도권 지자체들 간에 물이용 부담금을 두고 이른바 ‘물 전쟁’까지 벌어진 상황을 감안할 때 문제의 심각성은 간단치 않다. 1999년 도입된 물이용 부담금을 내야 하는 서울·인천은 “15년도 안돼 t당 부담금을 80원에서 170원까지 올린 것은 너무하다. 단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돈을 받는 강원·충북은 “돈을 빨리 내지 않으면 사업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지자체와의 물 전쟁은 지자체 재정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빗물과 관련된 조례를 만들도록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서울시를 비롯해 부산광역시와 인천광역시, 대전광역시, 광주광역시, 경기도, 세종특별자치시 등 광역 지자체는 물론 기초 단체까지 53곳이 빗물이용과 관련된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경기도 수원시는 조례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지자체 중 하나다. 2009년에 ‘물 순환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수원시는 ‘레인시티 수원’ 사업을 통해 건물 위로 내리는 빗물을 저장시설에 모은 후 청소·조경·생활·기타비상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고 있는 물탱크를 빗물 항아리로 재탄생시키고 건축면적 1000㎡ 이상 모든 건축물에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토록 했다. 신청이 접수된 24곳 중 시설 설치가 타당하다고 판단된 22곳에 대해 설치비의 90%를 지원했다.

서울시 이에 앞서 2005년 빗물관리에 관한 조례를 처음으로 제정하고 2007년 빗물관리계획을 수립했다. 2008년에는 빗물관리시설의 설치 및 지원에 관한 지침까지 마련했다. 빗물관리 관련 조례가 다소 선언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조만간 조례의 상당부분을 개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김상우 물순환정책팀장은 “시의회 본회의에서 지난 20일 조례 개정이 가결돼 현재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1월 초까지 내부 논의를 거쳐 1월 중순쯤 공표하고 2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빗물 친화 도시라는 이미지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수관과 빗물펌프장을 만드는 수방대책과 함께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빗물 친화정책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빗물조례가 확산되면서 도시에서도 물 순환이 가능케 돼 지하수의 양이 늘고 있다. 옥상녹화 사업 등의 효과로 열섬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조례를 넘어선 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 공학연구소 권경호 박사는 “조례는 지자체마다 차이를 보이는 등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통일되게 빗물을 관리할 수 있는 빗물관리법이 하루속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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