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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발견] (51) 말발굽 기사의 사진

언제부터인가 문은 자동으로 닫히게 되었다. ‘도어체크’라고 하는 장치로 문짝과 문틀을 연결시켜서 재까닥 닫힌다. 그래도 문을 열어두어야 할 때가 있다. 문을 꼭 닫고 청소를 할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문을 한동안 열어두고 싶을 때 자동 닫힘을 막기 위해서 작은 장치를 부착하곤 한다. ‘도어스톱’이라고도 불리는데 말발굽이라는 우리말이 더 귀에 익숙하다.

왜 하필 ‘말’일까? 아마도 말의 다리처럼 굽어 있고 그 끝은 편자를 박은 듯한 구조 탓일 것이다. 마찰력을 높이기 위해 고무패킹을 사용했고 이것이 말발굽에 박는 편자와 꼭 닮은 걸 꿰어 맞춰보면 그럴듯한 이름이다. 애초에 문에 딸린 것이 아니고 문과 함께 디자인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문짝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공동주택의 방화문인 경우에는 말발굽이 법적으로 허용되지도 않는다. 따지고 보면 완공 뒤에 슬쩍 부착하는 비공식적인 사물이다.

안전 문제만 중요하게 생각하느라 너무 오랫동안 문을 닫아두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 옆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관심을 두지 않게 된 것이다. 예전엔 들어보지도 못한 ‘고독사’라는 말까지 사회문제로 언급되고 있다. 온갖 흉흉한 소문이 자자하니 문을 열어두기가 쉽지 않다. 불법이긴 해도 말발굽이 없었다면 그나마 잠깐 문을 열어두는 것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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