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말걸기-장지영] 마이너리그 기사의 사진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1993년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다. 시카고 불스의 3연패를 이끌었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타계 이후 농구에 대한 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듬해 봄, 그는 야구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조던 아버지가 평생 못다 이룬 꿈이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조던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한 시즌을 뛰었다. 성적은 12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2 88안타 3홈런 51타점 30도루로 부진했다. 그가 코트에서는 천재였지만 마운드에서는 둔재였던 것이다. 결국 그는 메이저리그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이듬해 코트에 복귀했다.

그런데, 마이너리그 시절 그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장시간의 버스 이동이었다고 한다. 전용 비행기로 이동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달리 마이너리그 선수들은 거리와 상관없이 버스로 이동하며 식사와 화장실, 취침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낡고 비좁은 버스 안에서 새우잠을 자며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황제’에겐 고통 그 자체였다. 결국 견디다 못한 그는 자비로 초호화 리무진 버스를 사서 구단에 기증했다.

굳이 조던의 일화가 아니더라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한국 선수들은 마이너리그 생활의 고단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최근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추신수 역시 6년 가까이 마이너리그에서 보내며 ‘눈물 젖은 빵’을 씹었던 기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참고로 마이너리거의 연봉은 첫 계약 시즌의 경우 1만 달러(약 1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트리플A 단계에서도 첫 시즌엔 약 2만5000 달러(2500만원)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리 올라가도 10만 달러(약 1억원)를 넘지 않기 때문에 마이너리거들은 대부분 셋방에 살며 비시즌에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그런데, 마이너리그라고 해서 수준이 낮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은 대체로 7∼8개의 마이너리그 구단을 거느리고 있는데, 마이너리그는 루키-루키어드밴스드-숏시즌A-싱글A-하이싱글A-더블A-트리플A의 7단계로 나뉜다. 지금껏 국내 고교 유망주가 미국에 진출했다가 대부분 탈락하는 단계가 싱글A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위 레벨의 수준은 국내 프로야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에 오는 외국인 선수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다소 있는 트리플A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지 못할 바에는 프로야구가 활성화된 한국, 일본, 대만에서 적지 않은 연봉을 받고 뛰길 희망한다. 그리고 봉중근, 류제국, 김선우, 최희섭 등 해외파 선수들 역시 메이저리그의 문턱은 겨우 넘었지만 제대로 활약하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 주로 머물다 귀국을 택했다.

현재 마이너리그에는 ‘제2의 추신수’를 꿈꾸는 한국 유망주들이 10여명 있다. 한때 많을 때는 20여명에 이르렀지만 메이저리그 입성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지금은 류현진(LA 다저스)처럼 국내 무대를 거친 뒤 해외 진출을 꾀하는 경우가 늘었다. 현재 유망주 가운데 트리플A에서 뛰고 있는 이학주(탬파베이), 하재훈(시카고 컵스), 최지만(시애틀)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머나먼 타국에서 가족과 떨어져 고된 훈련을 감내하고 있는 이 젊은 선수들이 그동안 흘린 땀방울만큼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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