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한국교회의 새해 다짐 기사의 사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살아갑니다. 변함없는 지도편달 바랍니다.”

몇 년 전부터 연말이면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자주 들어온다. 대기업들의 인사발령이 몰려 있는 세밑에 자리를 잃은 지인들이 보내온 것이다. 나이 쉰을 넘기면서 가까운 친구들도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지난 연말 만난 고교 동창들도 비슷한 경우다. 두 명 모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다 A는 며칠 전에 그만뒀고, B는 퇴사 압력을 받고 있다. “어제 회사 내 방 정리를 했어, 당장 먹고살 일은 걱정 없는데 뭘 할지 답이 없네. 등산만 다닐 수 도 없고….”

몇 년 임원으로 근무했기에 당장의 경제적 궁핍은 피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대책도 없다며 A는 답답해했다. B는 올 봄이 고비라고 걱정했다.

지난해 어두운 소식 적잖아

새해가 밝았다. 많은 사람들이 소망과 안녕을 기원하고 웅혼한 말(馬)의 기상을 고대한다. 그러나 나는 새해를 맞아도 크게 설레거나 가슴 벅차지 않다. 해가 바뀐다고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년 연말이면 결국 좌절로 재확인됐던 연초의 결심도 올해는 별게 없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를 살펴봐도 느낌은 비슷하다. 지난해의 사역 성적표를 보자.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의 성공적 개최는 괄목할만한 성과다. 필리핀 재해 돕기에 한국교회가 힘을 모은 것도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아픔과 상처가 많다. 국민일보 종교국이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바탕으로 선정한 ‘2013 한국교회 10대 뉴스’를 보면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이단 발호, 대표회장의 과욕에 따른 한기총 위기, 사랑의교회 제자교회 강북제일교회 등 주요 교회 내부 갈등, 기독교대한감리회 불법 선거 내홍 등 어두운 소식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WCC 총회를 둘러싼 지나친 갈등, 특히 행사 자체를 방해하려는 일부 집단의 과도한 작태는 한국교회에 스스로 생채기를 낸 것은 물론 해외 기독교 유력 인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회개와 갱신으로 각오 다져

그렇다면 2014년 한국교회 기상도는 어떨까. 주요 교단장이나 교계 연합기관·단체 대표들의 신년사나 신년하례 메시지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 올해 이들의 말씀에는 공통 키워드가 담겼다. ‘섬김 치유 회개 갱신’ 등이다. 더러 ‘정의 평화 생명 부흥 나눔 사랑’ 등도 눈에 띄었다. 이 단어들의 의미가 사역 현장에 그대로 접목되지는 않겠지만 지난해 이맘때의 메시지에서는 별로 볼 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기대할 만하다. 특히 다수 교단 등이 ‘회개와 갱신’에 방점을 뒀다는 사실은 지난해를 깊이 성찰했다는 방증이다.

올해는 이 땅에 기독교가 전해진 지 130년이 된다. 미국 북장로교 중국 파송 선교사였던 알렌은 자국의 선교본부에 편지를 보내 조선 선교를 자청, 1884년 9월 20일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알렌에 이어 아펜젤러, 언더우드가 잇따라 입국하면서 복음의 씨앗이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뿌리내렸다.

한국교회는 금년에 한국교회 역사를 재조명하고 대사회적 신뢰 회복과 미래를 여는 분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그만큼 올 한 해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교회가 새해 다짐 어느 것 하나도 결코 허투루 할 수 없는 이유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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