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광규] 범정부적 미세먼지 대책 필요 기사의 사진

1990년대 서울의 공기 상태를 상상할 수 있을까? 공장, 자동차, 아파트 등에서 내뿜는 시커먼 매연이 하늘을 뒤덮어 일상적인 잿빛 하늘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공장은 시 외곽으로 이전되고 아파트 난방연료는 지역난방 또는 청정연료로 전환되고 천연가스 버스가 도입됨과 동시에 경유차에 대한 배출가스 저감사업이 추진되는 등 강력한 대기보전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서울의 공기질, 예를 들어 미세먼지 농도가 대폭 개선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중국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 특히 미세먼지가 겨울철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됨에 따라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가 악화되는 심각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고도성장에 따른 석탄의 소비 증가와 노후된 자동차로부터 배출되는 배기가스 급증으로 극심한 스모그가 빈발하고 있으며, 고도성장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편서풍시 국내 미세먼지의 최대 40% 정도가 중국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인체에 흡입되면 폐포에까지 침투되고 축적되어 천식, 폐질환,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체 조기사망률 기여도가 다른 대기오염물질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가 대기오염물질 중 유독 미세먼지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직접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단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람을 타고 국경을 넘나드는 것을 막을 실효성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유입경로 및 농도 등을 면밀히 측정 및 예측하여 사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 다행히 환경부는 이러한 예·경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범정부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세먼지가 일단 유입될 경우 가급적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대피요령 및 방법을 구체적으로 마련하여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내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 중의 하나는 경유택시 허용이다. 최근에 생산되는 경유차는 가장 최신의 유럽 배출기준을 만족하도록 매연후 처리장치를 장착하기 때문에 이 장치가 보증기간 동안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경우 미세먼지 배출이 종전에 비해 대폭 저감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보증기간이 지나 해당 장치에 대한 사후관리가 소홀해질 경우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제1기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대책, 특히 운행경유차 배출가스저감사업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따라서 경유택시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기왕 허용된 바에는 허용대수를 최소한으로 한정하고, 이들에 대해서도 매연후 처리장치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 대기환경개선특별대책 제1기(2005∼2014) 사업에 이어 정부는 2013년 말 향후 10년의 제2기(2015∼2024) 사업을 확정한 바 있다. 제2기 사업에서는 제1기의 주요 사업을 계승함과 동시에 공해차량 운행제한지역제도와 저탄소차협력금제도 등을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미세먼지는 주로 화석연료 소비로부터 배출되기 때문에 미세먼지 저감대책은 연료 및 연료관련 정책, 예를 들어 에너지정책, 산업정책, 교통정책, 도시개발 정책 등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세먼지 저감을 통해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환경부 뿐만 아니라 유관부처의 범정부적인 협조 및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대기오염물질 중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물질이 미세먼지이기 때문이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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