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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내려놓고 ‘자연이 그린 드로잉’ 작업 3년째 매진 김아타

카메라 내려놓고 ‘자연이 그린 드로잉’ 작업 3년째 매진 김아타 기사의 사진

“내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될 겁니다. 이 작업을 위해 내 모든 걸 다 버려도 좋습니다. 언젠가 우주에도 꼭 캔버스를 세우고 싶어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2007년 사진 한 장에 1억원을 주고 구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탄 사진작가 김아타(58·사진). 국내외 유수 전시장에서 가진 각종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한 그는 3년 전 카메라를 내려놓고 ‘자연이 그린 드로잉(Drawing of Nature)’ 작업에 나섰다.

지구촌 곳곳의 역사적인 공간에 가로 190㎝, 세로 140㎝의 하얀 캔버스를 세워 놓고 1∼2년간 비바람을 맞게 하는 작업이다. 세월이 지나면 캔버스에는 사계절 흔적만이 어렴풋이 남게 된다. 자연이 그린 추상회화가 되는 것이다. 동서양 미술사를 통틀어 처음 시도하는 야심적인 프로젝트다.

그는 이 작업에 매달리느라 2008년 서울 로댕갤러리 전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3일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작업실에서 최근 6년 동안의 작업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45개의 캔버스를 세웠고 앞으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에 10개 정도 더 세울 계획입니다.”

첫 번째 캔버스는 세계 현대미술의 거점이자 자신의 이름을 알린 무대인 미국 뉴욕에 세웠다. 이어 전쟁의 상처가 남아있는 일본 히로시마, 노장사상의 발원지인 중국 허난성, 미국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작업실이 있는 산타페 등에 캔버스를 세웠다. 한국에서는 강원도 인제 비무장지대(DMZ)와 전북 부안 위도 등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설치했다.

이들 지역에 캔버스를 세우기까지 가장 어려운 일은 허가를 받는 것이었다. 가는 곳마다 행정기관은 물론이고 경찰과 소방당국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2010년 국방부의 허가를 겨우 얻어 강원도 군 사격장에 캔버스를 세우고 만반의 준비를 끝냈죠. 그런데 이틀 후에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져 취소되고 말았어요. 그때의 허탈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해서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것인가. “자연이 스스로 그린 그림은 순간순간의 시간을 담아내는 사진작업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자연과 도시 곳곳에 세워진 캔버스는 카메라가 없을 뿐이지 그곳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별의별 것을 다 촬영하거든요. 자연이 그려내는 예술을 통해 지구환경과 인류의 삶 같은 걸 얘기하고 싶어요.”

그는 30년가량 해온 일련의 작품을 3차례에 걸쳐 펼쳐 보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313아트프로젝트에서 9일부터 여는 1부 ‘리-아타(RE-ATTA)’에서는 2007년부터 세계 12개 도시를 돌며 촬영한 ‘온 에어 프로젝트(On-Air Project)’, 논어(1만5817자)와 도덕경(5290자)의 글자를 한 자씩 촬영해 중첩시킨 ‘인달라’, 얼음 조각이 녹는 과정을 보여주는 ‘아이스 모놀로그’ 등 40여점이 전시된다. 8월에는 2부 ‘자연이 그린 드로잉’을, 내년 6월에는 대표작을 한꺼번에 선보일 예정이다(02-3446-3137).

파주=이광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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