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현] 정치자금법 개선하자 기사의 사진

정치는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 옹야 편에서 “어진 이는 어려움을 남보다 앞장서서 치르고 보답은 남보다 뒤에 받는다”고 했다. 정치인은 국민보다 먼저 얻어 가지려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자금을 둘러싸고 정치가 오히려 사회를 어지럽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므로 정치인은 정치자금을 준 사람에게 부당한 이익을 줄 가능성이 높고 반면에 정치자금 같은 것 주지 않고 정직하게 원칙을 지킨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민주정치에서 정치자금은 필요악이다. 그렇다면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을 보장하고 수입과 지출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자금 창구를 단일화하고 누가 정치자금을 냈는지 철저히 감시해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 이 같은 정신을 담은 우리 정치자금법은 상당히 엄격하다. 국회의원은 연 1억5000만원 이상 후원금을 받을 수 없고,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정치자금법에 큰 허점이 있는데, 바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다. 2012년 6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18개월 동안 국회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만 79건에 달한다. 출판기념회를 하면 최소한 1억원 정도를 벌며, 실세 여당 의원은 10억원까지 남긴다는 소문이 들린다. 출판기념회 수익금은 경조비로 분류돼 얼마를 모금했는지 신고 의무가 없어 합법적인 비자금 조성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이 속한 상임위원회와 업무상 관련 있는 기업, 산하 기관이 출판기념회에서 건넨 영수증 없는 ‘거액의 책값’이 왜 경조비인가. 국회의원의 직무인 입법이나 국정감사 또는 예산 심의에서 유리하게 해달라는 대가관계 있는 일종의 뇌물 아니겠는가. 정치자금법은 국민이 정치인에게 단 10만원을 후원해도 영수증을 발행하게 하고 철저히 감독한다. 그러면서 뒷문은 활짝 열어 둬 출판기념회를 통한 거액의 모금을 눈감아주는 것은 모순이다. 출판기념회 수입금도 정치자금법 적용대상인 후원금으로 봐야 하고, 만약 후원금이 아니라면 누가 봐도 분명한 소득이므로 과세하는 게 맞다.

지금처럼 음성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보다는 후원회를 당당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소액다수 모금 원칙은 주권자가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케 하고 건전한 기부문화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유지돼야 한다. 다만 우리의 자발적 후원문화가 미흡하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개인 후원회 일변도에서 벗어나 중앙당이나 시도당 후원회를 새로이 허용하는 등 모금방법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

정치자금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회사와 단체는 일체 후원을 못하게 하고 개인만 기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민주정치의 본질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세력 간의 대화를 통한 타협이 입법으로 반영되는 것이다. 세력은 단체로 대표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컨대 미국 선거에서는 개인보다 미국총기협회, 자동차 노조, 전국 유색인 지위향상협회 같은 단체가 주로 선거자금을 모금한다.

미국총기협회는 45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연 1000억원의 선거자금을 모금한다고 한다. 사실 개인은 특별히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정치자금 후원을 할 이유가 별로 없고 거액의 후원을 할 능력도 없다. 반면에 약사회, 노조 등 단체는 자신과 생각이 같은 국회의원을 지지함으로써 입법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강화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지금처럼 단체는 기부를 못하게 하고 개인만 하게 하니 기업이 거액의 상여금을 임원에게 지급하고 이 중에서 개인 임원 명의로 기부하게 하는 편법이 사용되는 것이다. 법인과 단체가 선관위를 통해 후원금을 기탁하게 하는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다만 정경유착을 막기 위해 고액기부자 검증시스템을 도입하고 기부상한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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