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늑대를 요리하는 법 기사의 사진

갑작스러운 실직으로 위기에 처한 주택대출금 상환, 가족이 운영하던 사업의 파산, 장기치료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 한파 속에 시급히 수리해야 하는 보일러, 방안 귀퉁이에 퍼진 곰팡이, 마침내 멈춰버린 10년이 넘은 자동차….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인생의 빨간불이 켜진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애태우다 삶을 비관하게 된다. 2014년 새해가 밝았지만 이런 삶의 무게 때문에 새해의 소망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계부채 1000조원 돌파’ ‘치매환자 56만명 고령사회의 덫’ ‘청년실업률 증가’ ‘자영업자의 가계대출 폭탄’ 등의 뉴스를 접하는 서민들의 눈빛엔 불안과 근심의 빛이 서렸다. “올 한해 잘 버틸 수 있을까.”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마음 다스리기

두려움과 불안, 근심은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마음에 쌓이는 부정적 감정의 찌꺼기들은 지속적으로 치워내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커져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산속에서 먹잇감을 찾는 늑대를 만나면 두려움에 떨 듯 불안이 계속되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한다. 이런 사람의 내면엔 안절부절못하는 어린아이가 있다. 찾아온 늑대를 잘 달래서 돌려보내야 한다. 이런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생활고와 질병, 우울증으로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내면 깊이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자기(self)’를 ‘그림자’라고 불렀다. 융은 그림자란 세상이 인정하는 면만 보이려고 속에 꼭꼭 숨겨둔 창피한 감정, 고약한 충동, 부정적인 성격이 합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면을 뚫고 들어가면 겉보기에는 성숙한 어른이지만 반항적인 두 살배기 혹은 10대가 숨어 있다. 이들이 두려워하는 것엔 현실에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빈곤은 지갑보다 영혼에 먼저 다가온다고 한다. 미국의 M. F. K. 피셔는 전쟁 중 최악의 식량부족을 겪던 1942년에 ‘늑대를 요리하는 법’을 출간했다. 늑대는 인생에서 겪는 고난을 상징한다. 고난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을 겪는 동안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이야기하는 책이다. 피셔는 은행의 잔고와 상관없이 잘 사는 법을 알았다. 그녀가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이유는 감사했기 때문이었다. 궁핍과 인내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뀐 상황 속에서도 감사를 찾을 수 있다면 불행해지지 않을 수 있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는 것, 고양이가 귀를 긁는 소리를 듣는 것, 침실 램프 아래 조용히 책을 읽는 것, 케이크 한 조각을 먹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여는 것 등, 소소한 모든 것에 고마움이 느껴질 때 우린 행복해질 수 있다. 작은 행복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온다.

너를 도우리라

우리는 두렵게 하는 사람과 상황 속에 살고 있다. 그러나 성경엔 “두려워 말라”는 권고가 유난히 많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왜 하나님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두려워 말라고 거듭 말씀하실까. 그것은 ‘내가 너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 주겠다’는 약속이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주시겠다’는 언약이다. 또 하나님은 “과거에 내가 네게 했던 일을 기억하라”고 처방해 주셨다. 하나님께서 우리 삶 가운데 행하셨던 일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지난 시간 고난 중에 함께하셨던 주님을 기억하자.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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