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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김준섭] 야스쿠니 신사와 도쿄재판

[글로벌 포커스-김준섭] 야스쿠니 신사와 도쿄재판 기사의 사진

1946년 5월 3일 개정된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에서 키난 수석검사는 “이렇게 엄청나게 많은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킨 전쟁의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말하고 있다. 키난 검사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도쿄재판은 일본이 일으킨 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이 침략전쟁을 일으킨 전쟁지도자(A급 전범)들을 처벌하기 위해 행해진 재판이다. 이 재판의 결과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7명이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16명에게 종신형, 2명에게 금고형이 언도됐다.

그런데 일본의 우파 정치인과 학자, 평론가들은 이 도쿄재판을 승자에 의한 정치쇼였다고 비판한다. 이와 같은 비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였다. 항상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기시를 거론하는 아베 총리 역시 이와 같은 주장에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A급 전범이란 도쿄재판에서 ‘평화에 대한 죄’와 ‘인도(人道)에 대한 죄’라고 하는 전쟁이 끝난 뒤에 만들어진 개념에 의해 처벌된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라면서 “국제법상 사후(事後) 법에 의해 행해진 재판은 무효라고 하는 논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비록 이 논의에 대한 본인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다른 논의에 대한 언급 없이 도쿄재판 무효론만을 언급하는 것은 결국 이 논의에 찬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야스쿠니 신사는 1978년 10월 17일 교수형에 처해지거나 형기 중 병사한 14명의 A급 전범들을 ‘쇼와의 순교자’라며 합사하게 된다. 이것이 소위 야스쿠니 참배 문제의 발단이다.

물론 야스쿠니 신사 자체는 전전의 국가신도가 해체된 관계로 하나의 종교법인에 불과하게 되었으므로 그 신사의 역사인식은 일본이라는 국가와 관계가 없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에 총리나 각료(일본 정부)가 공식 참배한다는 것은 일본이 도쿄재판의 역사인식을 정면 부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와 같은 공식 참배는 외교문제로 비화하게 되는 것이다.

2013년 12월 26일 아베 총리는 취임 1년을 맞아 전격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공식 참배했다. 참배 후 담화에서 아베 총리는 “전쟁 희생자 여러분의 영령 앞에서, 앞으로도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견지해 갈 결의를 새롭게 했습니다. 중국, 한국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 줄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말에 진정성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한국과 중국을 침략한 침략전쟁의 주모자들을 ‘민족의 영웅’으로 떠받드는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면서, 이와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위선의 극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아베 총리의 행위는 자가당착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이 도쿄재판이라고 하는 ‘정의의 심판’에 의해 내린 판결을 정면 부인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무엇보다도 중시하는 미·일 동맹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앞에서도 본 바와 같이 아베 총리는 도쿄재판 무효론에 동조하고 있으며, 이번 행위는 그와 같은 역사인식 바탕 위에서 행해진 것이므로 이 같은 자가당착적인 행위를 앞으로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일본 국민들이 잘 인식하고 아베 총리에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일본은 언젠가 갔었던 국제적 고립의 길로 다시금 들어서게 될 것이다.

김준섭 국방대 교수·안보정책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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