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송세영] 비정상의 정상화 기사의 사진

박근혜정부가 국정운영 방향으로 제시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새로운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정부 부처나 기관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들까지도 툭하면 ‘비정상의 정상화’를 들고 나온다.

‘과거로부터 지속되어온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부정부패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는 참 훌륭한데 반응은 제각각이다. 알맹이는 없이 구호만 앞세운다고 비판하거나, 정상과 비정상을 권력과 기득권층의 입맛대로 재단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한다. 정부부터 먼저 비정상을 정상화하라는 쓴소리도 나온다. 과거 정권의 정치적 수사에 속고 실망한 기억을 갖고 있는 국민들은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부정부패를 바로잡아간다면 이 같은 우려나 냉소는 모두 불식될 것이다. 실제로 정부의 공기업 복지혜택 축소 조치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교회의 정상과 비정상

정치적 의미나 의도를 떠나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문구 자체가 품은 뜻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렌 선교사가 이 땅에 복음을 전한 지 130주년이 되는 올해 한국교회는 기로에 서 있다. 한국교회가 초대교회의 정신으로 돌아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회 안팎에서 높아지고 있다. 한국교회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그럼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정상화할 것인가. 각론으로 들어가면 개인적·집단적 이해관계나 성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인권법에 대한 한국교회 내의 견해차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경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화하고 토론해도 차이를 좁히기 힘들 수 있다.

해법은 진보와 보수, 신학에 따른 차이를 떠나 ‘적어도 이것은 아니다’ ‘비정상이다’고 뜻을 같이하는 부분부터 정상화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목회자 및 성도들의 말과 행동, 기도와 삶의 불일치다. 말이나 글로는 ‘성경으로 돌아가자’ ‘말씀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면서 작은 것 하나라도 실제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분열과 파행, 지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려놓아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렇 게 하는 지도자는 찾기 힘들다. ‘교회는 세속적 가치에 물들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믿음의 크기가 아닌 부와 권력이라는 세속적 기준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풍조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생명과 평화, 정의를 위해 기도하면서도 삶 속에서는 폭력과 불의를 너무 쉽게 관용한다. 교회의 개혁과 갱신, 정의를 외치며 폭력과 분열을 조장한다.

말과 행동, 기도와 삶의 일치

더 심각한 문제는 한국교회가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 둔감해졌다는 것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라면 거짓말과 다름없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 교회정치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교 130주년을 맞는 올해 한국교회 ‘비정상의 정상화’는 말과 행동, 기도와 삶의 일치에서 시작하는 게 어떨까. 작은 것 하나라도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는 것, 그럴 수 없다면 말을 삼가는 것, 말 한 마디에 천금의 무게를 싣는 것이야말로 말씀으로 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송세영 종교부 차장 sysoh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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