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균열] 역사교과서 그 너머 기사의 사진

최근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와 관련하여 참으로 말이 많다. 이 교과서는 기존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역사 관점을 반영했다. 즉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헌법 정신을 강조하는 기조 속에 기술된 것이다.

그런데 이 교과서는 비판세력들에 의해 인쇄도 되기 전부터 정치적 선동의 놀림감이 되었다. 교학사 국사 교과서가 공개되기도 전에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정치권 일각과 일부 언론과 인터넷 포털에서는 한결같은 목소리로 이 교과서를 공격했다. 이 교과서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유관순 열사를 ‘여자깡패’로 기술했다는 것이었다. 물론 터무니없는 음해로 밝혀졌지만 그 선전선동의 효과는 실로 컸다. 이러한 내용은 일파만파로 퍼져 이후 교학사 교과서에는 ‘친일 독재’라는 딱지가 붙게 되었고, 집필진 중 일부는 공격의 표적이 되기도 했고, 그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집중적인 공격을 당했다.

그 결과 8종의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유독 교학사의 이 교과서는 채택률 0%를 기록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는 비이성적 감성에 의존한 집단 괴롭힘이다. 국방부 지원 하에 설립된 한민고등학교도 이러한 외압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교학사 교과서는 이전 시기의 교과서나 현행 다른 교과서보다 국가 정체성을 더 잘 구현하고 있다. 정권말기 측근 비리와 독재 연장으로 비판받기는 했지만 독립운동 경험과 제헌국회의장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국가이념으로 우리나라 헌법을 제정한 이승만 초대대통령에 대한 강조는 마땅하다. 오늘날 보편적으로 소통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무런 노력 없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1945년 이전에는 자유민주주의가 한반도에 공식적으로 소개된 적도 없었다. 이승만 대통령의 국제적 감각과 혜안, 그리고 용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한 5·16도 마찬가지다. 교학사 교과서는 5·16을 군사정변이요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 우방과의 유대를 강화했고 경제 건설을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했다는 점도 동시에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 여부의 문제 뒤에 간과되고 있는 점이 있다. 즉 초·중등교육과정의 운용상의 문제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신설되어 학교 현장에 적용되었던 집중이수제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사회탐구영역(일반사회, 지리, 윤리, 역사)의 근간을 뒤흔들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서 강조되고 있는 초·중등학교에서의 역사교육강화 정책은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왔던 역사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들의 최소한의 학문적 기반을 더 위협하고 있다. 역사과목은 대학수학능력의 필수과목에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의 경우 2012년부터 2급 이상 합격자에 한해 행정고시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는 지역 인재 7급 직원 선발시험에 추천받을 수 있다.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근본 이유가 나라와 민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한다면 그 보편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라의 정체성 관련 과목은 국어, 역사, 윤리인데, 이들 과목이 가장 늦게 국정에서 검인정으로 전환되기도 했다. 이들 과목은 민족의 말, 전통, 혼을 각각 상징한다. 그런데 현행 초·중등교육과정의 기본방향을 벗어나면서까지 유독 역사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 국가 정체성을 강조하는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더 이상의 맹목적인 비판은 지양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초·중등학교에서의 균형 있는 사회탐구능력 제고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올바른 역사교육은 동시대의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받아야 하며, 모든 정당, 사회단체, 언론, 문학계, 그리고 학부모 모두가 함께 건전한 역사의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시민의식을 중시할 때 가능하다.

박균열 경상대 교수·윤리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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