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창조경제, 정글만리 생존법 기사의 사진

“장점이 약점 되는 이카루스 역설 없도록 중국을 앞설 혁신적 정책이 필요”

매주 서점에 진열된 베스트셀러는 세상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준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요즘 베스트셀러 제목 역시 변화와 미래, 생존, 창업, 힐링이 주류를 이룬다. 몇 주 지나면 베스트셀러 순위도 바뀐다. 그런데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가 5개월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킨다. 사석에서도 정글만리를 놓고 입씨름이 오간다. 픽션이든 아니든 사람들의 화제가 된다. 마지막 남은 휴대폰과 자동차마저 중국에 밀리면 어쩌나 하는 위기감이 저변에 깔려있다.

소설에 나오듯 중국인의 창의적 모방력은 대단하다. 역(逆)엔지니어링 능력을 타고났다고나 할까. 역엔지니어링은 어떤 기술을 갖고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완제품을 뜯어보고 그 속의 기술을 역으로 습득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했던 창의적 모방을 지금 그들이 한다.

그러니 한·중 기술격차는 5년에서 2∼3년으로 줄었다. 2005년 이후 과학기술을 홀대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추종자 전략을 벤치마킹한 중국은 2년 내 한국을 딛고 일어서겠다고 호언한다. 비단 과학기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2년 내 한류도 한류(漢流)로 바꾸겠다고 한다.

우리의 산업경쟁력도 지난 20년간 역엔지니어링의 산물이다. 한국인 특유의 창의성은 원천기술을 뛰어넘게 하는 저력이었다. 1990년대 미국형 혁신을 벤치마킹한 일본을 바짝 따라붙는 전략은 주효했다. 그리고 10년 만에 삼성은 소니를 따돌렸다. 지난 2008년 삼성은 역엔지니어링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들고 나왔을 때다. 창의성에서는 뒤졌지만 원천기술로 판도를 뒤집었다.

이러한 기술력은 1966년 해외파 과학자 18명으로 시작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모체다. 이후 정부주도형 드라이브는 민간기업의 발전모델을 제시했다. 1990년대까지 해외 브레인들이 돌아왔고 그들은 ‘월드베스트’를 만들어 냈다. 세계최초의 반도체 집적기술과 휴대폰 및 자동차 모듈 국산화는 ‘메이드 인 코리아’ 신화를 일궈 냈다.

그런데 한·중 산업경쟁력 지표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자동차 선박 화학 전자 등 전 분야에서 불안한 우위다. 이미 중국의 프리미엄 휴대폰 기술은 외관이나 스펙에서 글로벌경쟁력을 갖는다. 가전부터 태양광까지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중국의 하이얼은 이미 삼성을 넘보고 있다.

소설 정글만리가 위기감을 각성시켰을까. 경제원로들뿐 아니라 그룹 최고경영자들까지 위기론을 제기한다. 22시간 마라톤회의를 주재한 구본무 LG회장 위기론은 인상적이다. 이미 샌드위치 신세가 된 데다 물적 자원도 없는 한국은 새로운 기술력과 창의적 인재밖에 기댈 곳이 없다.

다행히 창조경제 이야기가 부쩍 많아졌다. 미래창조과학부나 교육부, 산업통상자원부 모두 기술개발 R&D 구축과 과학기술 양성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시점에 이카루스의 역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강력한 양초날개로 하늘을 날던 이카루스가 너무 높게 올라서 태양열에 날개가 녹아 추락했다는 그리스 신화 이야기다. 과거의 장점이 나중에 약점으로 변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같이 20∼30년 전 정부주도형 드라이브와 재벌 중심 성장, 조직의 획일성, 군대식 상명하복의 문화가 창조경제에 약점이 될 수 있다.

창조경제는 혁신을 전제한다. 안타깝게도 창조경제가 ‘제2새마을운동’이나 ‘경제혁신 3개년계획’ ‘다시 잘 살아보세’와 뒤엉킨다. 1970년대 과거 기억을 되살려 놓는다. 변화 혁신과는 시간적 거리가 느껴지는 옛 인물들이 부상하다 보니 그런 현상들이 두드러진다. 특히 젊은층은 미래가 아닌 과거로만 퇴행한다고 느낀다.

지난 1년 우리는 미래로 한 발도 나가지 못했다. 글로벌시장을 주도할 과학기술을 자부심을 갖고 배우는 젊은 세대가 있어야 창조경제도 결실을 거둔다. 제2의 싸이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장(場)을 만들자. 미래 주역은 젊은 20∼30대다. 그들이 정글만리 생존법을 터득하게 해야 한다.

김경호 논설위원 kyung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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