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성국] 규제혁파와 창조경제 기사의 사진

100년 전,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라는 영국 여성이 조선을 네 차례 방문해 조선의 신기한 풍물을 접하고 1897년에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라는 기행문을 펴냈다. 비숍은 한국인의 특성에 대해 ‘역경에 잘 견디는 강인하면서도 공손한 민족’이라고 긍정적으로 묘사하면서 당시 관리들의 부패와 부정 때문에 한국인들의 잠재력이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양반 및 관료들이 인구의 8할에 달하는 평민계급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사실을 통렬히 비판하며 ‘희망이 없는 나라’로 기술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가 조선을 떠나 연해주와 시베리아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을 만나보고 난 뒤 관점이 확 바뀌었다는 것이다. 비숍에게 블라디보스토크 근처에 살던 조선인들에게는 본토 조선인 특유의 풀 죽은 모습, 나태하고 낙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의연함과 강한 자부심, 그리고 진취성과 성실성이 두드러져 보였다. 그들은 번창하는 부농이 되어 있었고 하나같이 근면하고 성실한 한국인들이었다. 그 영국인은 본토의 조선인과 시베리아 정착촌의 조선인이 판이한 양상을 보이는 원인을 분석하고 결론을 내렸다. 즉 시베리아에서는 조선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양반과 관료 등 특권계층의 착취, 가혹한 세금과 불공정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기회의 땅에서 활발하게 농업과 산업에 종사하며 근면하게 일하고 절약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비숍의 조선 여행기는 10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의 창조경제를 위한 희망의 불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민족에게는 본디 우수한 잠재능력과 억척같이 잘살고자 노력하는 DNA가 있다. 문제는 안타깝게도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잠재력을 억압하는 규제와 구조적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스위스의 세계경제포럼에 가서 우리나라의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에 대해 연설하는 순간에도 관행으로 고착화된 수많은 규제들이 창조경제의 싹을 옥죄고 있다. ‘손톱 밑의 가시’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현 정부 1년간 규제는 오히려 114건이 늘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규제는 외국인투자자들을 떠나게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방해해 경제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주범이다. 생리적으로 관료들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 추궁을 당하기 때문에 규제 만들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규제가 초래하는 비효율과 폐해를 없애는 일은 자기들에게 큰 유익이 없기 때문에 방치한다. 결국 규제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이다. 규제 관련 법규를 잘 아는 강자들, 예컨대 법률가와 같은 전문가들은 규제에 대응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컨설팅해주고 막대한 이익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규제가 많을수록 형편이 나아진다.

1981년부터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강력한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변호사, 관료, 회계사처럼 규제 덕택에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었던 상당수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이들 전문가의 거주지가 주로 보스턴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보스턴의 실업률은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을 언론이 보스턴의 강 이름을 따서 ‘찰스강변의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찰스강변의 비극은 서민대중들에게는 엄청난 축복이 되었다. 규제가 혁파되자 미국인 특유의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창업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수많은 벤처기업이 생겨나게 되면서 특허와 발명 건수가 급증함으로써 미국경제의 발전을 견인하기 시작했고 경기는 다시 살아났다.

미국인들이 지금도 레이건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본디 창의적이고 성실한 한국인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우리 경제 곳곳에 독버섯처럼 솟아난 약탈적인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글로벌 시대를 맞아 우리 민족을 다시 한번 도약하게 만드는 역사적 과업이 될 것이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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