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이건 정상인가요? 기사의 사진

“국민통합은 시대적 임무… 박 대통령 ‘100% 대한민국’ 건설에 힘써야”

잘못된 관행을 혁파하겠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여전히 암적 존재들이 숨쉬고 있는 탓이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그들만의 리그’다. 원전(原電) 비리를 계기로 드러난 ‘원전마피아’ 그리고 ‘철도마피아’ ‘기상청마피아’ ‘군납마피아’ ‘문화재마피아’ 등 무슨 마피아들이 그리 많은지. 이들은 대부분 특정 학맥 출신으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입네 하면서 외부 인사의 진입을 차단하거나 수박 겉핥기 식 감사를 받으며 끼리끼리 나랏돈을 펑펑 쓰고, 뇌물을 챙기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다가가 있다고 평가받기엔 너무 후진적인 행태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이런 분야들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래서 반갑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공공기관과 정부의 비정상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중대한 비정상이 간과되고 있는 점은 유감이다. 여전히 요원한 국민통합 문제가 그것이다.

통합의 요체는 사회적 갈등의 관리 및 조정에 있다. 지구촌의 모범적인 국가들을 보면 이념이나 지역 갈등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양보와 배려 의식이 강하고, 국가와 국민 사이의 신뢰 역시 단단하다. 그래서 갈등은 존재하되 어렵지 않게 절충과 타협이 이뤄지고, 나아가 사회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는 반대다. 해가 거듭될수록 소수자, 환경, 교육, 문화 등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갈등 구조가 복잡해진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압축 성장, 산업화 시대에서 민주화 시대로의 전환 그리고 여야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갈등 생산 주체들이 다양해졌다. 1997년 국가부도 사태를 통해서는 갈등을 조정할 국가와 대통령 권위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마저 희박해졌다. 이에 따라 해법 마련이 매우 어려워진 상태다.

박 대통령이 ‘100% 대한민국 건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념, 지역, 세대, 계층, 노사 등으로 찢긴 우리 사회의 고질을 고쳐줬으면 하는 국민들의 심정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선 이후 박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통합은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 개인 능력을 중시했다고는 하나 탕평과 배치되는 인사(人事), 야당과의 소통 부족으로 인한 대결정치 등 통합과 어울리지 않는 일들이 버젓이 행해졌다. “떼를 쓰거나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과 적당히 타협하는 건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만나고 싶은 사람들만 만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야당 일각에는 박근혜정부가 국민을 내 편과 네 편으로 구분하는 ‘두 개의 국민’이라는 개념으로 통치하고 있다는 시각까지 있다. 반대 또는 비판세력은 도외시하고 지지층만 조직화하려 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납득하기 힘들겠으나, 박근혜정부에서 국민통합은 물 건너가고 있다는 얘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 사회의 현주소는 어둡다. 똑같은 물체를 보고도 이념성향 등에 따라 다르게 묘사하면서 상대가 잘못 봤다고 우겨대며 삿대질하는 게 현실이다. 수십년간 쌓여온 비정상이어서 통합에 이르는 길은 멀고 험할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정부도 실패했다. 하지만 방치해선 안 된다.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선진강국도, 국민행복시대도, 경제혁신도 더딜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 소속의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출범시킬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갔으면 싶다. 지금은 거의 유명무실하지만 국민대통합위의 목표는 ‘우리 사회에 내재된 갈등을 치유하고 공존과 상생의 문화를 정착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가. ‘갈등의 일상화’라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진력해야 한다. 과거 정부가 통합을 이루지 못한 원인들을 고찰하고 우리 사회의 갈등들을 조정할 메커니즘을 정착시킨다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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