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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차창훈] 시진핑의 신년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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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중국의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은 역대 지도자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신년사를 전달했다. 종래에 중국 지도자들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주최하는 신년 다과회에 참석하여 덕담의 형태로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여 왔다. 그러나 시진핑은 중국의 관영 방송사인 CCTV를 중난하이(中南海)로 오게 하여 중국 국가주석의 집무실을 최초로 공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통치이론을 전혀 언급하지 않으면서 간결한 내용의 신년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시진핑은 미국 대통령처럼 TV에 나와 중국 국민과 해외 화교 및 전 세계인에게 중국 지도자의 뜻을 피력했는데, 베이징의 외교가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상황에서 중국의 각종 관행을 국제 표준에 맞게 변화시키려는 시 주석의 의중이 드러난 것으로 평가하였다.

시진핑은 그의 신년사에서 “중국은 2013년 개혁의 전면적 심화를 위한 총체적 계획을 구상하고 미래 발전의 웅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평가하면서 “2014년은 개혁의 길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의 목적이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사회를 공평하고 정의롭게 만들며, 국민 생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하였다. 중국 국민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추구하듯이, 다른 국가의 국민도 각자의 꿈을 이루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중국은 진심으로 세계 각국 인민이 각자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서로 돕고, 지구를 인류 공동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꾸는 데 함께 노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개혁이 강조된 데에는 현재 중국 공산당이 당면한 과제의 중대함과 엄중함을 드러낸 것이다. 시진핑은 2013년 3월에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래 당·정·군의 권력을 장악하고 반부패와 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면서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여 왔다. 작년 11월에 개최된 제18기 3중전회에서 새로운 10년을 위한 개혁방침이 천명되었고 중앙전면심화개혁 영도소조(이하 개혁영도소조)와 국가안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개혁을 위한 집정능력 강화를 도모해 왔다. 2013년 한 해 동안 시진핑은 도농 간 소득격차와 양극화 문제, 부의 재분배와 부패 문제, 내수 진작을 위한 국내시장 확대와 구조조정 등 수많은 국내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 심화를 주도했다. 여론조사에서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훼손하는 최대의 적이 기득권 세력의 부패로 나타날 정도로 부패가 심한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인 국유기업과 고위 당정 간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반부패 활동의 일환으로 중앙 순시조 활동을 시행하였다.

지난 1월 22일 CCTV가 보도한 새로 신설된 개혁영도소조의 인물 구성은 향후 이 소조가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해나갈 것임을 시사한다. 이날 열린 첫 번째 회의에서 개혁영도소조에는 시진핑을 조장으로 리커창(李克强), 류윈산(劉雲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3명의 정치국 상무위원과 함께 당·정·군의 핵심 인물들이 공개되었다. 개혁영도소조 아래에는 경제체제 및 생태문명체제, 민주법제영역, 문화체제, 사회체제, 당의 건설제도, 기율검사체제 등의 개혁을 위해서 모두 6개의 전문소조가 설치되어 있다. 중국의 정치 시스템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별 이익집단의 이해가 조정되고 거래가 이루어지는 특징을 고려할 때, 각 부문 권력의 실세들로 구성된 개혁영도소조는 강력한 권위를 통해 집단적 리더십과 개혁을 추진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개혁소조의 조장에 이어 중국의 ‘국가안보회의’로 불리는 국가안전위원 주석까지 맡음으로써 지난해 11월 공산당 제18기 3중전회의에서 신설된 양대 개혁기구를 모두 직접 지휘하게 되었다. 중국의 개혁과 안보를 지휘하는 시진핑의 권력이 과거 후진타오의 그것보다 강화되는 추세인 것이다. 신년사에 담긴 시진핑의 새해 일성(一聲)인 ‘개혁’의 화두가 어떻게 구체화될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은 변화하는 중국의 미래를 예측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차창훈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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