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안선영] 담배소송을 하는 이유 기사의 사진

건강보험공단은 담배 수입 및 제조사들에 대해 흡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가시화했다. 그리고 이익단체인 한국담배협회 등 일부에서는 ‘공단의 담배소송’을 공격하고 있다. 소송의 이유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첫째 흡연으로 국민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위해의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둘째 흡연으로 매년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손실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건강보장 기관이자 건강보험 재정의 책임자인 보험자로서 흡연 피해를 직시하고 대책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담배협회 측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담배소송 결과에 비춰 공단의 승소 가능성을 부인하고,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담배의 결함이나 담배회사의 위법성이 인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담배소송 기록 전체를 면밀히 검토했거나 담배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흡연의 위해성에 대해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미국에서는 1999년 연방정부가 필립모리스 등을 상대로 제소한 사안에서 2006년 케슬러(Kessler) 판사가 선고한 판결문에 이렇게 기술돼 있다. “흡연은 질병과 고통 그리고 사망의 원인이다. 이러한 사실을 내부적으로 인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담배회사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공적으로 이를 부인했고, 왜곡했으며 또한 피해가 아주 적다고 속여 왔다. 지난 50년간 피고들은 흡연과 간접흡연의 해독에 대해 거짓말과 허위 주장을 통해 국민, 흡연자, 청소년들을 속여 왔다. 피고들은 담배의 해독에 대한 연구를 억압했고, 연구 결과를 파괴했으며, 니코틴 중독을 유지하기 위해 니코틴 함량을 조작해 왔다. 피고들은 저타르, 라이트 담배의 진실을 숨김으로써 금연하려는 사람들을 계속 흡연하게 만들었다. 피고들은 개인의 고통과 국가 보건의료비 증가, 그리고 건전한 법치제도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기들 목표인 이득을 극대화했다. 담배회사들은 강력한 중독성 물질을 생산·판매해 많은 질병을 일으켰고 이로써 엄청나게 많은 사망과 측정할 수 없을 정도의 개개인의 고통, 경제적 손실 그리고 국가 보건제도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통해 이득을 올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담배회사뿐 아니라 담배를 강력히 규제해야 하는 정부조차 “담배가 기호품에 불과하고,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이 과장됐다”고 한다. 법원에서도 담배의 유해성은 일부 인정한 듯하지만 니코틴 중독성의 경우에는 단지 심리적 의존과 카페인과 동등한 정도의 신체적 의존만을 인정하고 있다. 암모니아 등 첨가물을 통한 니코틴 조작 행위는 더더욱 배척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법원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발표 자료나 미국 법원의 판단과는 전혀 다른 내용의 판단을 하기까지 KT&G가 어떠한 자료들을 법원에 제출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흡연 피해자 개인이 제기했던 소송에서 담배의 결함이나 담배회사의 위법행위를 제대로 다퉈보지도 못한 채 법원의 최종 판결에서 담배회사들에 면죄부를 주고 이로 인해 보험재정 누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보험자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일 것이다.

한국담배협회 측은 미국 사례에서는 판결로 담배회사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고 중간에 화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했는데, 재판상 화해의 효력은 판결과 전혀 다르지 않다. 소송비용 부담에 따른 보험재정 낭비 문제도 거론했다. 공단은 입증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단의 빅데이터 자료를 통해 법원이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인정이 비교적 용이한 대상과 범위를 선정하기 위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 공단은 흡연피해 구제를 위한 입법안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선영 건강보험공단 법무지원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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