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 이병천  회장 기사의 사진

“평창동계올림픽 후 가리왕산 환경복원 계획 부실”

지식인과 전문가가 제 역할과 할 말을 다해야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된다. 4대강 사업 당시 정부출연기관의 양심적 학자와 내부 고발자는 말 못할 어려움을 겪었다. 이데올로기적으로, 국가적으로 추진되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 반대편 그늘의 상처와 한숨소리는 묻혀지기 일쑤다. 4대강 사업에서 강이 고초를 겪었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가리왕산이 파헤쳐지게 됐다. 산림청에서 연구관을 지낸 이병천(61) 박사는 지난해 2월 정년퇴직 후 환경단체인 ‘산과 자연의 친구, 우이령사람들’의 회장을 맡았다. 그리고 말 못하는 가리왕산의 아픔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익선동 우이령사람들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공무원을 하다가 어떤 의미에선 상극인 민간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게 된 소감은.

“공무원 출신이 환경 등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를 맡은 게 처음이 아닌지 모르겠다. 산림청에서는 지난해 초 정년퇴직 후 ‘우이령사람들’ 회장이 되는 것을 계속 말렸다. 국립수목원의 전문위원으로 계속 일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렇지만 하루아침에 내린 결정이 아니라 오랫동안 간직한 결심을 실행한 것이다. 공무원으로서는 조직 안에서 상명하복의 원칙에 따를 수밖에 없다. 대외 자료에 때로는 소신과 다른 내용을 담을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정부 예산으로 어디든 안 간 곳이 없을 만큼 산림생태계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시간이나 다른 일에 구애받지 않고 조사와 보전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대학교수로 자리를 잡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연구관으로 일하는 동안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DMZ) 일원의 생태계에 대해 체계적 조사를 실시한 것을 꼽을 수 있다. 특히 1996년부터 2000년까지 펼쳤던 DMZ 인접지역의 생물다양성 조사는 사상 처음이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인제 향로봉 일대는 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그 후 생태계보전지역으로도 지정됐다. 또한 지난 30여년간 발품을 팔아 만든 자료들을 모은 책, ‘한국의 희귀식물’을 펴냈다. 제주도에 금자란을 복원하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우이령사람들 회장으로서 가장 먼저 나선 일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녀 활강경기장으로 개발되는 가리왕산의 올바른 복원을 위한 투쟁이다. 최근에는 환경영향평가서와 복원계획의 부실함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했는데.

“애초 환경단체들은 경기장 건설로 훼손된 지역을 전면 복원하고,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재지정할 것을 전제로 보호구역 해제에 합의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0일 강원도가 제출한 중봉 알파인 경기장 조성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는 훼손 지역 복원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았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를 보완하도록 지시했지만, 강원도는 형식적 환경영향평가로 일관하고 있다. 강원도는 올림픽 이후 시설물들의 활용을 전제로 리프트 관광, 중봉 스타트하우스의 영구시설물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당초의 합의를 뒤엎는 것이다.

강원도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과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 대해 ‘자연적 천이(遷移)를 통한 복원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서 산불이 난 광대한 지역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산불 후에도 생존이 가능한 수종이 많은 곳에서나 가능하다. 활강 스키장처럼 인위적 절토, 성토가 대대적으로 이뤄져 토양생태계가 파괴된 지역에는 자연 천이방식이 적합하지 않다. 유니버시아드 대회가 열렸던 덕유산 무주 스키장의 ‘자연천이’가 시도된 현장을 보면 90% 이상이 개망초, 달맞이꽃 등의 외래식물로 뒤덮여 있다.”

-우이령사람들이 가리왕산에서 실시한 자체 식생조사 결과와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은.

“우이령사람들이 2012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전체 슬로프 및 하봉 리프트 구간 예정지 등을 답사하면서 전수 조사한 결과 훼손 예상 거대수목이 총 207그루인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수목은 사람 가슴 높이의 나무 직경이 50㎝ 이상인 나무다. 반면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조사지역 내 흉고직경 50㎝ 이상 노거수는 총 65본이며, 이 가운데 보존지역에 21그루, 훼손되는 노거수는 총 44그루라고 돼 있다. 거대수목 보호가 핵심인 가리왕산 스키장의 환경영향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진 것이다.

우이령사람들 조사에 따르면 노거수 가운데 신갈나무가 76그루로 가장 많고, 금강송을 비롯한 소나무가 41그루, 점봉산과 가리왕산에만 분포하는 특산종인 왕사스레나무 39그루가 살고 있다. 또한 주목 100여 그루가 노거목부터 치수까지 세대별로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 환경부도 지적했듯이 훼손되는 보호지역 안에서 주목 등 종별 복원계획을 세워야 한다. 가리왕산을 보전하거나 복원하는 데 실패한다면 우리는 후손들에게 무슨 낯을 들겠는가.”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2018년까지 투입될 예산이 12조8000여억원으로 대회 유치 당시보다 50%나 늘어났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올림픽 이후 관련 시설의 활용과 관광개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적 행사인 동계올림픽의 성공과 경제적 득실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가리왕산 인근에는 이미 용평, 휘닉스파크, 하이원, 오투리조트 등 대표적 스키장이 즐비하며, 이들은 모두 운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가리왕산 활강스키장을 일반 스키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의미가 없다. 스키장 유지 관리에 필요한 각종 시설을 임시로 설치해 대회 이후 전면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계획을 세워야 한다. 사후에 자연천이 방법으로 복원하겠다는 것은 복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흔한 야생화단지나 산채단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원시림을 복원해 고산식물원을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관광개발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곧 개막되는 소치동계올림픽도 예상보다 4배를 초과한 개최비용과 더불어 환경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저주’라는 말도 나온다.

“동계올림픽이 알프스 산맥을 끼고 있는 나라 이외에서 치러지면 대체로 환경을 훼손하게 돼 있다. 동계올림픽 종목과 코스 구성이 유럽 산악지대 지형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딱 14일간만 쓰는 경기장을 짓기 위해 광릉의 국립수목원보다 더 큰 면적의 유전자원보호림을 훼손하는 것은 너무 큰 손실이다. 따라서 산림 훼손을 최소화하고, 대회를 치른 후 원활하게 복원이 가능하도록 국제스키연맹(FIS)과 협상을 잘 해야 한다. 그렇지만 FIS의 입장은 가장 좋은 조건의 스키장을 추구할 뿐 개최국의 자연보전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범국민적 압력과 조직위원회의 협상 능력이 중요하다. 1976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던 미국 덴버시는 FIS가 로키산맥 자연보전지구 안에 슬로프를 지정하려 하자 주민투표를 거쳐 개최권을 반납했다.”

-두 차례 동계올림픽을 치른 일본은 어땠나.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당시 FIS와 조직위원회는 에니와 국립공원에 활강경기 슬로프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홋카이도 주민과 일본 시민단체들은 환경훼손 우려를 들어 극렬히 반대했으나 홋카이도 자연보전위원회가 올림픽 이후 복원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계획은 그대로 추진됐다. 훼손된 곳은 북해도 가문비나무가 우점종인 침엽수림이었다. 그런데 베어내고 난 자리에서 이 나무가 발아가 안 됐다. 자연보전위원회는 그 대신 사할린 가문비나무를 심었다. 위원회는 1986년 복원종료 선언을 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그것은 생태계의 복원이 아니라 조림사업이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삿포로를 반면교사로 삼고 FIS의 말을 듣지 않았다. 즉 모든 경기장은 기존 시설을 이용하되 불가피하게 증설이나 신설을 할 때에는 벌목을 최소하기로 했다. 활강경기장은 하쿠바 핫포오네 겨울리조트의 기존시설을 이용하기로 했으나, FIS는 슬로프를 중부산악 국립공원 경계 안으로 120m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조직위와 FIS는 지루한 협상 끝에 국립공원을 훼손하지 않는 쪽으로 85m만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결국 활강경기 코스 설정도 어느 정도는 협상하기 나름인 셈이다.”

-산림생태학 전공자로서 정부의 자연 보전정책에 대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최근 종 복원사업, 백두대간 보전정책을 놓고 환경부와 산림청이 자기네 조직과 일자리를 늘리는데 여념이 없다. 일본 환경성에는 산하조직이 없고, 생물다양성센터가 하나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환경부 산하에 국립생물자원관, 낙동강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등이 건립됐거나 생길 예정이다. 산림청도 기존 광릉국립수목원에 이어 국립백두대간수목원(경북 봉화군), 세종 국립중앙수목원, 가칭 국립올림픽수목원(대관령 일원) 등 수목원 건립에 나서고 있다. 같거나 상당 부분 중복되는 기능을 가진 기관들이 이렇게 많이 생길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이 이렇게 늘어나면 현장의 복지 서비스를 담당할 공무원이 늘어날 수 없다.

물론 생물자원관, 자연사박물관, 수목원, 국립생태원 등이 모두 고유의 기능을 갖고 있긴 하다. 그렇지만 인력과 예산의 중복과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도 이들 기관은 총리실 산하 국토 및 자연정책 담당조직 산하로 가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가 불요불급한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올해에도 SOC 예산 증가율은 전혀 꺾이지 않았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도로 건설이 발전으로 여겨진다. 도로와 골프장 등으로 훼손되는 산림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돈을 들여가며 국토를 조각내고 있다. 선진국들은 국토를 보전하기 위해 도로 건설이나 확장을 최소화하고 있다. 처음 가 본 외국인은 왜 도로 사정이 열악한지 의문을 가지지만, 두 번째 방문하면 그 이유를 납득하게 된다. 지금 도로 넓히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밖에 없다. 도로뿐만 아니라 건물도 지을 때만이 아니라 허물고 복원해야 할 때를 생각해야 한다. 도로와 골프장 건설 등 개발사업을 앞두고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자 주도로 이뤄지는 게 근본적이 문제다. 주요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재평가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환경단체들이 합동으로 연구소 같은 것을 만들어 상시적 모니터링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의 오류를 적발해 내면 영향평가 대행사들이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환경운동이 지향해야 할 목표나 방향은.

“지금까지 환경운동이 좀 정치적이었던 사례가 있다. 환경 활동가가 특정 정당, 정치인과 관계를 맺거나, 자기 발전을 위해 운동을 하는 경우는 곤란하다. 환경문제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우리 얘기가 먹힌다. 또한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학자들과 함께 현장에 가도 그들이 말하는 바를 검증할 능력이 없으면 곤란하다. 우이령사람들은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의 도로 포장을 저지함으로써 국립공원 보호운동에 기념비를 세웠다. 남은 임기 동안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과 함께 연구소를 만들어 운동가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일에도 힘을 보탤까 한다.”

이병천 회장 프로필

△1953년 경북 칠곡 출생 △1995년 경북대 농대 임학과(농학박사, 산림생태학) △1983∼2002년 산림청 산림과학원(임업연구사) △2002∼2013년 산림청 국립수목원(임업연구관) △2013년 2월∼ 우이령사람들 회장 △저서: 한국의 희귀식물(2012), 비무장지대 인접지역 산림생태계 종합보고서(2000)

만난 사람=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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