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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경래 (14) 믿음의 열 식구… 매년 만우절엔 웃음 선사 이벤트

[역경의 열매] 김경래 (14) 믿음의 열 식구… 매년 만우절엔 웃음 선사 이벤트 기사의 사진

나는 항상 바쁜 아버지였다. 아내 차은희 권사와의 사이에 2남6녀를 뒀다. 아이들이 잠에서 깨지 않았을 때 출근하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뒤에야 퇴근했다. 가끔 잠든 아이들을 깨워 졸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불을 끄라.” 아이들을 앉혀 놓고 피아노를 쳤다. “독일의 위대한 작곡가 베토벤이 귀가 어두워져 아무 소리도 못 듣게 됐단다. 슬픈 마음으로 둥근 달을 보며 만든 곡이야.”

나는 월광 소나타를 쳤다.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았다. 도입부만 치다 그만두곤 했다. “이제 그만 들어가서 자라.” 사실 도입부만 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깨워서라도 아이들을 보고 싶어서였다. 내가 없더라도 아내는 가정예배를 매일 드렸다. 장모님까지 우리 가족만 10명이 넘었다. 바쁜 나를 대신해 아이들을 바른 신앙의 길로 인도해준 하나님과 아내에게 감사한다.

장녀 원혜는 의사다. 남편과 미국에서 교민 교회를 섬기고 있다. 화가인 둘째 원숙은 1995년 유엔이 선정한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됐다. 원숙은 우리 가족이 흥천교회 지하에 살던 시절 벽에 낙서를 가장 많이 하던 아이다.

셋째이자 장남인 용진은 아프리카 말라위 한 교도소에서 선교사로 사역한다. 미 샘휴스턴주립대에서 범죄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한국 한동대에서 강의하다 하나님의 소명을 깨닫고 미 웨스트민스터신학대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손봉호 박사, 홍정길 목사가 용진의 사역지를 다녀온 뒤 전했다. “아드님 참 훌륭하십니다. 교도소 재소자 전원이 새벽에 일어나 찬송을 부르고 새벽기도를 해요.” 아들이 참 자랑스럽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넷째 원화는 사업가다. 원화의 아들, 손자 동민은 나와 함께 산다. 대학을 졸업한 동민은 대기업에 취직했다. 나를 위해 운전도 하고 요리도 한다. 세대를 초월한 교제의 즐거움을 준다. 다섯째 원미, 여섯째 원주, 일곱째 원희는 각각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를 전공했다. 피아니스트 원미는 연주자로 산다. 원주는 미 볼티모어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 연주자다. 막내 원희는 미 피바디콘서바토리 프리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막내아들 용현은 정보기술(IT) 전문가다. 미국에서 일한다. 우리 가정형편에 아이들에게 따로 음악이나 미술을 가르칠 수 없었다. 다섯 딸이 모두 예술을 전공하게 된 것은 예배당을 집으로 알고 산 덕분인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평일 비어 있는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불렀다. 자식들에게 어려움이 없는 건 이들 가정을 인도하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나는 가족들을 위해 매년 만우절 이벤트를 벌인다. 지난해 4월 1일에는 둘째 딸의 친구 시인 문정희가 걸렸다. “이번에 강남 포스코 건물 로비에 갔더니 네 시가 엄청 크게 걸려 있더라.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정희는 이걸 확인하러 간 모양이다. 걸려 있을 리가 없다.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님. 제가 또 속았어요. 진짜 걸려 있는 줄 알고 왔는데(웃음).”

매년 이벤트를 하다 한 해는 건너 뛴 적이 있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섭섭하다고 난리였다. 딸 원숙은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는 무슨 모임에서든 상대가 누구이든 웃음을 나눠주신다. ‘재미’라는 유전자를 타고나신 것 같다. 또 에너지가 넘치신다. 항상 누군가를 돕고 살리셨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평생 축복이었다.”

정리=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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