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현] 대법관 구성을 다양하게 기사의 사진

존 로버츠 미국 연방대법원장은 법무부 송무차관실과 백악관 법률고문실 근무 후 14년간 변호사로 일했다.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은 변호사를 거쳐 법대 교수로 재직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14년 변호사로 일한 뒤 법대 교수로 근무했다.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흑인)은 미주리주 부검찰총장과 변호사를 거쳐 교육부 차관과 연방 평등고용위원장을 지냈다.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여성)은 미국인권협회 이사와 법대 교수를 지냈다.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13년간 법대 교수였고,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연방 검사와 법무부 차관보를 역임했다.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히스패닉 여성)은 검사보를 거쳐 변호사를 7년 했다.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은 법대 교수와 법무부 송무차관 출신이다.

인권의 보루로 존경받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9명 전원이 변호사나 법학 교수로 일했거나 법무부, 인권단체에서 공익을 위해 근무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이 3명이고 흑인과 히스패닉도 있다. 법원 밖에서 얻어진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시야가 대법관으로 일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높은 곳에 멀리 떨어진 다른 세상 사람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대법관이 되니 국민의 친밀감과 신뢰가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우리 국민은 평등주의 성향이 강하고 특정 계층의 자리 독점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다. 우리 대법관 14명 중 12명이 평생 법관 출신이고 나머지 2명도 한때 변호사나 법학 교수였지만 원래는 법관 출신이어서 자칫 획일적이거나 시야가 좁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대법관을 평생 법관의 마지막 승진 자리로 보아서는 곤란하다. 법원의 편의보다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사람, 서민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여길 사람, 우리 인권을 획기적으로 신장할 용기 있는 기본권 수호자가 대법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혁의 시대에 대법원이 종래처럼 사인 간의 분쟁 해결에 주력하는 권리구제 역할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은 우리나라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법원이어야 하고, 국민 모두의 갈등을 포용하는 높은 차원의 통합의 원자로가 되어야 한다. 서민과 늘 접촉하며 애환을 같이해 온 양심적이고 유능한 순수 재야 변호사도 대법관에 발탁해 ‘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권위적이지 않고 서비스 마인드 넘치는 겸허한 대법원’을 만들어야 한다.

공익의 대변자로서 검찰 출신과 행정부 공무원도 필요하다. 글로벌 시대에 외교 전문가와 법학 교수 출신도 필요하다. 최근 일본 최고재판소를 방문했을 때 최고재판소 14명 재판관은 통상 법관 6명, 검찰 2명, 변호사 4명, 행정부나 교수 2명으로 구성된다는 말을 들었다. 변호사 출신 대법관은 도쿄변호사회 등 변호사 단체가 임기 만료 1년 전에 후임자를 추천한다. 일본도 다양한 최고 법원을 구성할 필요성을 느꼈던 모양이다.

또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2명으로 늘릴 것을 제안한다. 우리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 대법관이 4명으로 이뤄진 3개 부를 구성한다. 2013년 대법원에 접수된 상고 사건은 3만6100건이나 되며, 많은 국민은 재판을 하면 대법원까지 3심 재판을 받고 싶어 한다. 2개 부를 늘리면 5개 부가 상고 사건 심리를 보다 충실하게 할 것이다. 대법관 수를 늘리면 다양한 대법관을 모시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대법관을 지명할 때는 대한변협의 의견도 반영했으면 좋겠다. 1만6000명 회원의 변협은 누가 훌륭한 법관인지, 어느 변호사가 인품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지 잘 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여러 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해 온 법관 평가로 대법관 후보 평가 자료도 많이 축적돼 있다. 다양한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이 더욱 국민의 사랑을 받고 우리 사회의 갈등을 현명하게 해결해준다.

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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