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태극 깃발을 휘날리며 참가한 첫 올림픽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이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3명과 임원 2명이 전부인 초미니 대표단이었다. 태극기는 사용했지만 정부 수립 전인 미 군정 시절이어서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 육군성 점령지역 남조선’ 이름으로 출전했다고 한다.

우리에겐 눈과 얼음 위에서 기량을 겨루는 동계 종목은 오랫동안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까지 단 1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참가하는 데 의의를 둔 40년이었다. 그랬던 우리나라가 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부터 효자종목 쇼트트랙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비로소 겨울스포츠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 대회에서 금2 은1 동1로 단박에 세계 10위의 겨울스포츠 강국으로 떠올랐다.

운동선수는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꾼다. 하물며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대표단 기수(旗手)가 된다는 건 국가대표 최고의 영광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실력뿐 아니라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를 기수로 선발한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큰 족적을 남긴 선수들에게 태극기를 맡겨 왔다. 94년 릴레함메르에선 알베르빌 대회에서 금1 동1을 딴 쇼트트랙 이준호 선수가, 98년 나가노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선 국내 알파인스키 1인자 허승욱 선수가 2회 연속 태극기를 들었다. 남북이 동시 입장한 2006년 토리노에서는 남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이보라, 북한 남자 피겨스케이팅 한정인 선수가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 화합을 전 세계에 과시했었다. 4년 뒤 밴쿠버에선 우리나라 썰매 종목 개척자 강광배 선수가 그 영광을 안았다.

제22회 소치 동계올림픽이 7일(한국시간 8일 새벽) 개막한다. 소치의 기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 있는 전설’ 이규혁 선수다. 이번 무대는 여섯 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동·하계를 통틀어 우리나라 최다 올림픽 출전 기록이다. 13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 만큼 족탈불급의 실력을 갖추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 월드컵 시리즈에서 숱하게 우승했고 세계신기록도 두 차례 경신했다.

하지만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다. 토리노에서 기록한 4위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운동선수로는 할아버지뻘인 서른여섯 나이에 그가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그는 이제 동계올림픽의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불굴의 투혼이 아름답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