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정진영] 흔들리는 종교인 과세 기사의 사진

2015년부터 종교인들에게 세금을 물리겠다는 정부의 조세 정책이 흔들리는 조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소득세법시행령개정안을 마련, 연내 국회통과 등 법률적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한국교회 보수 측의 반대 등으로 해를 넘겼다. 올 2월 임시국회에서의 국회통과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보수교단과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납세를 반대하는 데다 국회 역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의식, ‘세금’이라는 달갑지 않은 아이템을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기류가 읽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대하는 교회도 교회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마당에 국회에서 누가 총대를 메고 나설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정황 탓인지 심지어 ‘종교인 과세는 물 건너갔다’는 교계의 목소리도 들린다.

성직 납세 불가 입장 여전

종교인 과세, 정확히 말해 목회자 과세라고 하는 편이 적절한 이 정책을 반대하는 측의 정서에는 무엇보다 ‘성직인 목회자에게 세금을 물릴 수 없다’는 소명의식이 깔려 있다. ‘종교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대신 ‘자발적 납세’나 ‘사회 섬김·봉사’로 치환하겠다고 주장한다. 종교인 과세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한국교회를 설득하기 위해 비교적 애를 썼다. ‘근로소득’에 거부감을 나타낸 교계의 입장을 고려해 ‘기타소득’을 적용했고, 이마저 불편해하자 ‘종교인소득’이란 세목 신설도 검토하는 등 전향적 자세를 보였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측은 요지부동이다. 몇 차례 세제당국과 대화를 했지만 애초 별무성과가 예상된 모임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바탕에 두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각론적 대안은 타협과 협의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정교하게 다듬어진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세금을 ‘사회 섬김·봉사’로 대신할 수 있다는,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발상을 드러낸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정부는 교회를 이해시키려 하는데, 교회는 ‘대책 없는 반대’를 하는 집단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우려되는 것은 근래 교회를 보는 눈길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교회=세금거부 집단’으로 판단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영락교회, 새문안교회, 명성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온누리교회, 사랑의교회, 오륜교회, 소망교회, 경동교회, 지구촌교회 등 교단을 초월해 한국교회를 상징하는 교회들이 수 년에서 수십 년전부터 자발적으로 납세하고 있는 사실조차 묻히는 상황이니 말이다.

납세는 교회위상 제고 기회

반대 측은 나름대로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지난 4일 발표한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85.9%, 기독교인의 72.8%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했다. 이 결과를 절대시할 이유는 없지만 교회와 세금에 대한 여론이 어떠하다는 것은 분명히 확인된 셈이다.

어떻게 보면 종교인 과세는 한국교회로서는 난관이 아닌 기회다. 낮아진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찬스다. 성직의 의미와 목회직의 특수성을 앞세우며 ‘불가’를 주창하기에 앞서 시대의 흐름과 사회적 요구라는 점에 우선 주목해야겠다. 납세는 이웃을 사랑한 예수의 정신을 실천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적극적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정진영 종교국 부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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