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문용린 서울시교육감] “위기 청소년에게 졸업장 쥐어주는 것은 나의 책무” 기사의 사진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학교 안팎의 위기 청소년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학교 부적응 위기학생들을 위한 공립형 기숙학교 ‘Wee스쿨’을 설립하기로 하는가 하면,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위한 ‘방송통신중학교’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전국 최초로 교육청 내에 ‘학교 밖 청소년팀’을 꾸려 학교 떠난 아이들을 추적하고 통계로 추출하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위기학생 지원정책을 지휘하는 문용린 교육감을 지난 4일 만났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을 품자’는 국민일보의 시리즈에 공감한다고 말문을 연 그는 “그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력을 주는 것은 교육감의 책무”라고 말했다.

만난 사람=전석운 사회부장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학교를 떠나는 학생은 줄지 않고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예전 같으면 선생님들이 “야, 인마 너 학교 떠나면 절대 안 돼”라며 억지로라도 주저앉혔다. 요즘엔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못 이긴다. 해외로 많이 나가는 것도 한 가지 원인이다. 지난해 스스로 학교를 그만둔 전국의 초중고생 6만8000명 중 8000명 정도는 조기유학이나 학부모 따라 해외로 나간 초등학생들이었다.”

-그 학생들을 제외하고도 지난 한 해에만 6만명의 중고생이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문제다. 가정의 붕괴나 아동학대 등을 피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선 아이들도 많다.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이 36만명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지만 아무런 공식 통계가 없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면 학교도 손 놓는다.

“그래서 만든 것이 평생교육국 산하의 학교 밖 청소년팀이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에게 성인이 되기 전까지 필요한 학력을 주는 것은 여전히 교육감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학교 밖 청소년팀에 ‘아이들이 쉽게 학교를 그만두지 못하게 하자. 불가피하게 나가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그 아이들에게 공부를 이어갈 수 있도록 무언가를 쥐어 주자’고 주문했다. 그 ‘무언가’는 내년에 개교할 방송통신중학교가 될 수도 있고 검정고시가 될 수도 있다. 이탈학생들도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애프터서비스’를 하려고 하는 것이 학교 밖 청소년팀과 나의 계획이다.”

-학교를 벗어나지 않도록 학습량을 줄여주고 커리큘럼을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대안학교를 확대해야 하지 않나. 문 교육감은 서울시내에 동서남북으로 하나씩 정도는 공립 대안학교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다양한 맞춤형 대안학교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예산 사정으로 어려움이 많다. 현재 공립 대안학교는 2개다. 대신 여러 복지기관이나 시설을 학력인정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최근 미혼모들을 위한 위탁형 대안학교인 나래대안학교에 다녀왔다. 현재 13명의 아이들이 출산을 하고 아이도 키우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 연간 1억원 정도 지원하던 예산을 좀 더 확충해 교실도 더 만들고, 40명 정도로 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미혼모란 이유 때문에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청소년들이 이 학교에서 2년 정도 공부를 하면 검정고시 없이 중졸·고졸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위기청소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대안학교를 늘려나가겠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서울의 Wee클래스 설치학교는 경기도(971곳)의 절반이 조금 넘는 511곳에 불과하다. 전문상담교사는 서울이 275명으로 경기도(391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Wee스쿨 개교에 앞서 Wee클래스나 Wee센터 등 일선 학교나 현장의 위기학생 지원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나.

“현실적으로 교원 정원, 과밀학급 등으로 여건 조성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필요성에 절감하는 만큼 우선 중학교 위주로 Wee클래스 확충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또, 신림역이나 영등포역 같은 지하철 역사 안에 Wee센터를 만들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이 언제든 부담 없이 찾아와 상담도 받고, 쉬면서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는 일종의 ‘쉼터’ 같은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다. 아이들을 찾아가는 Wee센터의 개념이다.”

-자퇴가 너무 쉽다는 지적이 있다. 자퇴 전 학생들이 거치는 ‘학업중단숙려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개선안이 뭔가.

“앞으로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자퇴서를) 써 내면 지도를 더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 학교 떠나는 것을 못 막는다면 방송통신중 원서를 쓰게 하거나 위탁형 대안학교라도 보내도록 할 것이다.”

-예산 문제로 서울시의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가장 타협하기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

“예결위 과정에서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300억원 증액하기로 합의를 했다. 그런데 본회의 당일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갑자기 의총을 열어 일방적으로 470억원으로 늘려 놨다. 이건 민주주의 절차에도 안 맞고 약속 위반이다. 시의원들이 요구하는 지역구 예산이 불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우선순위의 문제다. 그 예산을 올려주기 위해 다른 학교지원 예산이 잘려나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혁신학교 예산 증액 요구는 형평성에도 안 맞다. 전국 혁신학교 평균 예산이 6000만원인데 서울만 1억4000만원을 주는 건 무리다. 혁신학교도 정원이 200∼1000명으로 학교마다 다른데 획일적으로 같은 금액을 주는 것도 문제다.”

-절충의 여지는 없나.

“세부적으로 얘기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공은 민주당에 넘어갔다.”

-교육감 재선에 도전할 건가.

“글쎄…. 3월 말이나 4월 초쯤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단을 내려야 하니까, 그때까지 잘 살펴보겠다. 서울 시민들이 ‘너 잘했으니까 나오면 될 것 같다’라고 하실지, ‘너는 안 되겠다’ 고 하실지….”

-얼마 전 문 교육감의 출판기념회에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거론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교육감 선거가 제도적으로는 정당공천 배제로 치러진다지만 주요 정당이 개입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 선거 방식 개선에 대한 논란도 많다. 어떤 의견인가.

“헌법에서도 교육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간선제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러닝메이트로 선거를 치르는 건 정치로부터 중립적일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방법은 직선제라고 생각한다. 단, 선거비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선거공영제는 반드시 강화되어야 한다. 포스터 및 유세차량 등의 경비를 선거관리위원회가 먼저 지불하거나 비용을 아예 명시해 정해 주는 방식이다. ‘로또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후보자의 이름을 균등하게 나열하는 교호순번제 도입도 옳다고 본다. 직선제, 선거공영제, 교호순번제 등 3가지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용린은 누구

문용린(67) 서울시교육감은 여주농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박사학위(교육심리학)를 받았다. 1986∼89년 한국교육개발원 도덕교육연구실장을 맡았으며, 김영삼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 상임위원(1996∼98년)으로 활동했다. 달변에 아이디어가 많다.

김대중정부 시절인 2000년 교육부 장관을 지냈고, 이후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사장, 한국교육학회장,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로 30여년 재직하다 2012년 8월 정년퇴임했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입돼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교육공약 작성에 관여했다. 2012년 12월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보수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정리=김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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