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방만경영에 메스 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에너지공기업 개혁 책임지고 챙기겠다” 기사의 사진

“에너지 공기업 개혁안을 제가 다 들여다봤습니다. 저도 분명히 깊이 관여를 했고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공기업 개혁안에 스스로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연말부터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의 개혁안을 일일이 챙기면서 몇 차례씩 ‘퇴짜’를 놓기도 했다. 에너지 공기업은 최근 해외자원개발사업 지분 매각을 포함한 부채감축 계획을 제출했다. 윤 장관은 “기업의 지속적 성장·발전 측면에서 기존 사업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에 대해서는 “올해는 현재까지 인상 계획이 없다”고 했다. 그는 오는 17일이면 장관으로 내정된 지 1년을 맞는다.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국생산성본부에 있는 윤 장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만난 사람=한민수 산업부장

-최대 현안이 공기업 개혁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공공기관장을 호되게 질책했는데 최근 제출된 계획에 만족하나.

“논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최선의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행과 집행 의지다. 그런 부분은 공기업 기관장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 저는 장관으로서 계속 점검해나가면서 이행을 독려하겠다.”

-공기업 노조가 교섭권을 상급단체에게 맡기겠다고 한다. 올해 공기업 노사가 큰 갈등을 겪을까 걱정된다.

“기업이 잘돼야 노조도 잘되는 것 아닌가. 기업 내부가 방만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이 위태로울 정도면 노조 스스로가 ‘이건 아니다’라고 해야 한다. 사측과 노측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노조도 개혁에 동참하리라고 기대한다.”

-역대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번에는 기대할 수 있나.

“공기업이 이대로라면 우리 경제의 한 축이 부실화된다. 그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개혁안을 만들었다. 제 모든 경험과 전문지식을 털어 각 에너지 공기업에 최선의 조언을 했다. 이번에 혁신하면 에너지 공기업은 경쟁력 있고 성장이 가능한 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이른바 낙하산 최고경영자(CEO)를 공기업의 근본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낙하산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전문성을 가진 CEO라도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고 이른바 낙하산이라도 외부의 새로운 시각을 기업에 투입해 개혁해 나가는 사례를 봤다. 낙하산이냐 아니냐 낙인을 찍어 볼 필요는 없다.”

-공기업들이 방만 경영 극복을 핑계로 전기·가스요금을 더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최근 올렸는데 지금 또 무슨 낯으로…. 전기·가스요금은 지난해 한번 손을 봤기 때문에 올해는 그런 상황이 안 오기를 기대한다. 현재로서는 요금 조정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가스요금은 원료비 연동제로 돼 있다. 도입 원가가 확 오르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단언은 못한다.”

-산업계는 통상임금 개편,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 등이 기업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기업 관련 규제에 대한 산업부의 입장은.

“세계적으로 안전, 환경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우리 산업계가 그걸 반대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산업경쟁력 측면에서 세계적 표준·기준을 넘는 과도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규제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기업이 요구하는 것도 그런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부터 인명사고가 많이 일어난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7일 직접 찾았다.

“그렇게 가주셔야 한다. 요즘 중요한 사안은 ‘톱(Top)’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풀린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경영요소라고 보고 CEO가 챙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고 규제도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장관으로 내정된 뒤 경총포럼에서 중견기업을 키우겠다는 말을 했다. 성과가 있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는 것은 정부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구체적인 정책을 갖고 중견기업을 키우는 것보다는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 동기 부여 등이 더 중요하다. 중견기업연합회장이 요즘 6대 경제단체장으로 대우받고 있다.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도 만들어졌지 않느냐. 가업 승계도 부의 세습이라는 부정적 인식의 굴레에서 벗어났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우리 경제의 삼성전자·현대자동차 쏠림에 대해 분석 중이라고 했다. 산업계 주무장관으로서 어떻게 보나.

“두 회사는 잘하고 있고,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 다만 두 회사가 좀 어렵더라도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글로벌 전문기업이 굉장히 중요하다. 당대에 창업해서도 매출 1조원, 2조원짜리 기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 비중이 29%다. 더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1차 계획의 41%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산업경쟁력 측면도 봐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해 29%로 정했다. 시각이 다양하지만 정부가 중심을 잡고 나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20년 뒤인 2035년까지인데 숫자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장관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관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태양광처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에 투자하는 게 옳은지 고민이 솔직히 많다. 2008년 태양광 붐이 일었을 때 정부가 재정으로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 왔다. 1년에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비용으로 3000억원을 지급해야 했다. 그래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를 도입하고 그 안에서 FIT에 준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신재생에너지는 국내에 있는 에너지원과 비용, 기술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 신재생이라고 다 친환경적인 것도 아니다. 여러 측면을 고려해 좋은 솔루션을 찾아내려 한다.”

정리=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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