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산적한 노사현안 해법 고심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기사의 사진

“상생협력을 투항으로 인식 말고 미래지향적 기조 위에서 노사관계 관행 정비 필요”

만난 사람=이동훈 경제부장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과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등 산적한 노사관계 현안을 풀기 위해 노사정 대타협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노사정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에 쏠리는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철도파업 이후 노동계가 대화를 전면 거부하면서 협상 테이블에서 모두 철수하는 등 노사정 대화는 최악의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당초 이달 중으로 통상임금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에 대한 노사정 대화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대화 채널은 전혀 열리지 않고 있다. 노사정 대화의 위기이자 노사정위의 위기이도 하다. 일각에선 노사정위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노사정위는 대화 테이블을 다시 차릴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에게 경색된 노사정 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을 물었다. 김 위원장은 “노사정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책임 있는 노사 지도자라면 넓게 내다보고 원만하게 풀어나가는 대화 테이블에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장 특위 테이블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노사정 대화를) 제쳐놓고 공익위원안을 내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합의를 통한 통상임금 산정기준 개편이라는 원칙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오는 3∼4월 집중된 임금협약 갱신을 앞두고 산업현장에는 통상임금을 둘러싼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패키지 딜로 현안 풀자=김 위원장은 “노사가 각각 힘으로 부딪치자고 한다면 주워 담기가 힘들다”며 “혼란의 책임은 노사 양 당사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 양측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식으로 주요 이슈들에 대한 패키지 딜(일괄타결 방식의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게 노사정위의 해법이다.

통상임금 확대에 따라 기업은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장시간 근로관행을 개선하면서 근로자들은 초과근로 수당 감소를 받아들이는 식이다. 60세 정년 법제화로 정년이 늘어난 만큼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기업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기본 출발점은 현재 근로 조건을 저하시키지 않고 조금은 개선하는 쪽으로 조정하면 근로자에겐 적어도 손해는 아니고 기업들은 부담이 다소 늘어나도 생산성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패키지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 단체들은 통상임금 확대와 정년 연장,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노동계는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각종 수당 소급분은 지급받지 못한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임금 수준이 저하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부딪히며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는 현재의 노사정 교착 상태가 협상 당사자들이 테이블에 복귀하기 전에 협상력을 높이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타협과 협상을 앞두고 어느 조직이든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에서 출발하려고 한다”며 “이 과정이 수준을 너무 벗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노동계가 대화와 협상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데 왜 버티다 안 되면 싸우는 식으로 주도권을 활용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접근엔 출구 없어=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정부가 노사정 대화의 파트너로 삼아왔던 한국노총마저 지난달 협상 테이블에서 철수했다. 철도노조 파업 집행부 검거 과정에서 그동안 노동운동의 성지로 여겨왔던 민주노총 본부에 경찰력을 강제로 진입시킨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다. 지난달 22일 새로 선출된 한국노총 지도부도 정부의 사과 없이는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소속 노조에 소송에 대비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냈다.

사용자단체는 회원 기업체를 대상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임금 교섭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노사 양측이 강 대 강으로 맞서는 상황이지만 노사정위는 노사정 협상을 진행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노동계는 박근혜정부가 민주노총 고사(枯死)작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노총의 주축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법외 노조로 만들어 무력화하고 공공기관 정상화를 내세워 공공부문 노조의 힘을 빼는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계에서는 노사정 대타협에서 바랄 게 없다는 불신이 가득하다.

김 위원장은 이런 시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정치적 의도나 정권 차원에서 접근하게 되면 출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해고자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전교조·전공노의 경우 원칙주의자인 박 대통령 입장에서 봤을 때는 방치해선 안 되고 정리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국제 기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1998년 당시 노동계가 해직자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특별법을 통해 전교조의 합법화를 얻어냈다면 현행법을 준수하는 자세가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계가 (국제규범에 맞도록 현행법을 개정하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발로 찬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제규범이니까 현행법을 넘어서도 좋다는 태도는 사회적 지지를 받기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용론 일축, “패러다임 전환 필요”=교착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선 노사정위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은 지난달 라디오에 출연해 “노동시장의 개혁은 정부가 중심이 돼 국민적 지혜를 모아서 질서 있게 해나가야 되지 당사자를 데려다놓고 합의해서 하라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와 같다”며 “나는 원래 노사정위가 별로 필요가 없는 기구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 의원은 정치활동을 오래했지만 기본적으로 협치의 개념이 강하게 자리 잡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양극단에 노사정위 무용론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극단적인) 사용자 입장에선 자꾸 제동을 거니까 성가시고 귀찮은 것이고, (투쟁 일변도의) 노조 입장에선 정부·사용자와 한판 붙고 물리적으로 파괴하고 해서 쟁취해야 하는데 말로 하자니까 걸림돌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노사정위는 기존 노사정에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 비정규직·여성·청년 대표자들을 포함하고 공익위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사정위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한계에 부닥친 사회적 대타협에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김 위원장은 “경제가 활성화되려면 시대변화에 맞춰 기존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상생 협력을 투항으로 인식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기조 위에서 노사관계의 관행과 의식을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환 위원장 누구인가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참여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에서 경제2분과 간사를 맡은 뒤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때문에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위원장으로 지명했을 때 의외라는 평이 많았다. 1990년대 후반까지는 친노동자적 성향이 강했지만 정부 활동 등을 거치면서 이론보다는 현실로 눈을 돌렸다는 평가가 많다.

김 위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계성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8년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했고 이후 노사정위 공공특위 위원장, 인천지방노동위 공익위원, 한국고용정보원 이사장 등을 지냈다.

정리=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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