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조용한 리더십 기사의 사진

“겸손은 결코 헌신이나 통솔력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겸손은 요란한 팡파르를 울리지 않고 과업을 완수하는 조용한 결단력입니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직 수락 연설 중에서)

반 총장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가졌다. 임기 초기엔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비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없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으로 불신을 깨끗이 털어냈다.

세상은 적극적이고 외향적인 사람을 리더로 선호하지만 정작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조용한 리더십이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든 예술가는 대부분 내향적이었다. 외향성이 강조되는 영역에서조차 앨 고어, 마하트마 간디, 엘리너 루스벨트는 자신의 ‘내향성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내향성 덕분에’ 위대한 도약을 이뤄냈다. 말수가 적지만 내면적 열정을 가진 래리 페이지 구글 CEO, 심사숙고해 의사를 결정하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조용한 리더십’의 모델이다.

낯가리는 당신, 기죽지 마라

우리 사회는 그동안 고정관념처럼 활달하지 못한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성격을 외향적으로 고치라고 주문하거나 평소 사교적이지 못한 자신의 성격을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대학입시 면접이나 취업면접 때도 외향적인 이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붙은 사교성 부족, 사회성 부족이란 딱지를 떼내고 싶어 한다. ‘난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한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두렵다. 이 성격을 고칠 수 없을까.’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내향성은 결코 비난받거나 고쳐야 할 단점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기 본래의 모습을 버리고 남을 닮으려고만 한다면 불행해진다고 우려한다.

내향성만의 독특한 장점이 있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느리지만 신중하다. 한번에 한가지에만 집중하기를 좋아하며 집중력이 높다. 이들은 행동하기 전에 상황에 대한 감각과 사건의 흐름을 감지하려고 애쓴다. 이제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자기비하에 빠질 필요가 없다. 당신은 하나님의 특별한 작품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받아들일 때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

“외향적 사람과 내향적 사람 중 어떤 사람이 더 좋은가?”란 질문은 “엄마가 좋아 아빠가 더 좋아”라고 묻는 것과 같다. 이는 선호에 따라 답이 엇갈린다. 사실 능력의 차이가 아닌 기질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좋은 성격이나 나쁜 성격을 판별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대부분 외향성과 내향성을 골고루 지니고 있다. 다만 기질적으로 더 외향적인 사람이 있고 더 내향적인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정의를 소리없이 실천하라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조지프 바다라코는 ‘조용한 리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내심이 강하고 신중하며 단계를 거쳐 행동하는 사람, 자신의 조직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에게 정의로운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소리 없이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경력과 평판을 위험에 처하게는 하지 않으면서 어려운 문제를 맡는 사람이다. 어떻게 보면 조용한 리더는 현대와 같은 자기 PR 시대에 최고 리더에게 어울리지 않는 덕목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면에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CEO에게 필수적인 리더십이다. 영웅적인 리더의 시대는 지나갔다.

이지현 종교기획부장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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