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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철 칼럼] ‘1985년 신민당 ’을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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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 성공하려면 야권연대 단념하고, ‘새 정치’ 개념 구체화 서둘러야”

우리 헌정사에서 수많은 정당이 명멸했지만 신한민주당(신민당)만큼 단기간에 성공한 당은 없다. 쿠데타도 아니고 선거로 창당 25일 만에 제2당이 되었으니 기적 같은 일이다. 신민당은 전두환씨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정치활동이 금지됐다 풀려난 야권 인사들이 1985년 1월 18일 설립했다.

김영삼·김대중씨가 배후에서 산파역을 했기 때문일까. 그해 2월 실시된 12대 총선에서 신민당은 대도시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67석이나 얻었다. 관제 야당이라 비판받던 민주한국당(35석)을 밀어내고 단번에 제1야당으로 등극한 것이다. ‘이민우 내각제 파동’으로 2년여 만에 와해되긴 했지만 신민당은 민주화 추진과 양 김씨의 대권 행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뜬금없게도 29년 전 얘기를 꺼낸 것은 16일 새정치연합이란 이름을 얻은 ‘안철수 신당’에게 혹여 신민당이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5공 시절의 신민당과 2014년 새정치연합은 정치 환경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각기 ‘민주화’와 ‘새 정치’라는 그 시대 최고의 가치를 표방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발견하게 된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창당의 명분을 찾고, 주도세력이 집권을 강력히 지향하고 있다는 것 또한 공통점이다.

신민당이 아주 짧은 기간에 전폭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을 앞장서서 구현하겠다는 다짐이 국민들에게 강한 믿음을 줬기 때문 아닐까 싶다. 신민당 정강정책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지방자치제 조기 실시, 언론기본법 폐지, 군의 엄정한 정치중립이 핵심이었다. 정치 암흑기에 투쟁성을 갖춘 야권세력이 민주화의 방향을 선명하게 제시하자 많은 국민들이 열광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어떤가. 지난 대선 때부터 주창했던 ‘새 정치’의 개념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도무지 국민 가슴에 와 닿질 않으니 안쓰럽다. 지난주 새 정치의 3대 가치로 정의로운 사회, 사회적 통합, 한반도 평화를 제시했으나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린다. 신민당의 대통령 직선제 개헌 같은 ‘한 방’이 없는 한 국민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17일 창당발기인대회를 계기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다.

새정치연합이 또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점은 6·4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연대하겠다는 생각을 아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야권연대를 애걸하다시피 하는 민주당이 꼴불견인 건 논외로 치자.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새정치연합마저 빅딜 운운하며 연대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비쳐져 안타깝다. 구 정치세력이라며 혁파 대상으로 규정한 민주당과 손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우스꽝스럽다.

더구나 연대를 얘기하는 것은 자신감 결여를 선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차기 집권을 노린다면서 민주당과 손잡는 걸 보면 국민들이 ‘민주당 2중대’ 정도로 폄하할 가능성이 크다. 그 옛날 신민당이 전두환 정권 타도를 명분으로 민주한국당과 연대했을 경우 국민들이 그렇게 많은 지지를 보내줬을까. 결단코 ‘아니올시다’이다. 국민들은 신민당한테서 독자적인 비전을 봤기에 찍어준 것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 성공하려면 일찌감치 ‘야권연대 불원(不願)’과 함께 새누리당·민주당과의 정면승부를 선언해야 한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전체 선거의 승패를 가늠하기 때문에 후보를 내야 함은 당연하다. 95년 서울시장 선거 때 김대중씨가 민주당더러 조순씨를 영입토록 해 크게 앞서가던 무소속 박찬종씨를 누르고 승리한 것은 의미하는 바 크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가 없었다면 그의 정계복귀와 대선승리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부산시장 선거에도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안철수 의원의 연고지에서조차 의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차기 집권은 넘보기 어렵다. 서울과 부산에서 선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져야 민주당과 치열하게 경쟁할 호남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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