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제10회 동계올림픽이 열렸다. 1924년 샤모니에서 첫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프랑스로서는 두 번째 겨울잔치였다. 눈 덮인 알프스 자락을 가르는 각국 선수들의 열정은 아름다운 영상다큐멘터리 영화로 남았다.

‘프랑스에서의 13일’(13 Jours En France). 올림픽 13일간 선수들의 투혼은 애잔한 선율 속 영상으로 팬들의 기억에 살아 있다. 그런데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이 영화보다 더 유명세를 탔다. 마치 다큐가 아닌 로맨스 영화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음악 감독은 프랑스 영화음악계 거장 프란시스 레이. 이탈리아계인 그는 일찍이 에디트 피아프의 눈에 들어 샹송계에서 활약했다. 26살 나이에 17살 많은 피아프와 결국 사랑에 빠졌다. 이 OST는 먼저 작고한 피아프와의 못다한 사랑을 에둘러 표현한 것인지 모른다. 레이는 1970년 불후의 명작 ‘러브스토리’의 OST를 작곡했다. 연인들이 눈싸움하는 하얀 눈밭을 휘감는 OST는 지금도 연인들의 가슴을 적신다.

‘프랑스에서의 13일’은 ‘하얀 연인들’이란 이름으로 일본에서 처음 개봉됐다. 작명의 귀재 일본인들은 짤막한 4개 한자로 대히트작을 만들었다. 이 OST는 삿포로(1972년)와 나가노(1998년)에서 동계올림픽을 두 번 치른 일본인들에게는 ‘겨울사랑’의 상징이다. 2002년 이 OST를 깐 KBS ‘겨울연가’는 한류 신호탄이 됐다. NHK로 일본인 40%가 시청했다는 이 드라마는 마침내 ‘욘사마신드롬’을 일으켰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종반으로 가고 있다. 어김없이 연인들 사랑이 넘쳐난다. 캐나다 쇼트트랙 선수 아믈랭과 코치 생젤라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연인들이다. 한국 쇼트트랙 이한빈과 박승희, 컬링선수인 중국 쉬야오밍과 한국의 김지선도 국경을 뛰어넘은 연인들이다.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빙속 여제’ 이상화는 해군 중위 남친과의 사랑이야기로 주목을 받는다.

2018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벌써 올림픽 관련 영화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스키점프 대표선수를 다룬 ‘국가대표’의 OST는 러브홀릭스가 부른 ‘버터플라이’다. 또 인디밴드 벨벳레볼루션은 평창과 오스트리아, 캐나다 설원에서 촬영한 영화 ‘겨울냄새’의 OST ‘날개를 펴고’를 불렀다.

환희와 좌절,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동계올림픽. 하얀 눈밭의 숨 가쁜 레이스 뒤엔 언제나 사랑이야기가 남는다. 4년 후 평창에선 어떤 하얀 연인들의 사랑이 우리 마음을 적실까.

김경호 논설위원 kyung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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