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낸 뒤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차적을 조회하니 이미 자국으로 완전 출국한 외국인 근로자 명의의 차량이고 절취한 번호판을 부착한 상태였다. 가해차량은 수십 건의 과태료와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고, 의무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아 피해 보상이 막막하다.

외국인 명의의 대포차로 인한 사회적·행정적 피해가 비정상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행법은 차량을 넘겨주거나 넘겨받는 사람은 자치단체에 이전등록을 신청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전등록을 하지 않고 소유주가 바뀌어 등록부상 소유주와 실소유자가 다른 차량을 일명 대포차라고 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2009년에는 인수자에 대한 처벌조항까지 신설됐다.

한편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라 출입국관리법에 체류 자격과 기간이 규정되어 있고 이를 위반하면 강제퇴거 등 법적 조치가 뒤따른다. 따라서 체류기간이 경과한 불법체류자나 출국 후 장기간 다시 입국할 가능성이 없는 완전출국자 명의의 차량이 이전등록 없이 유통되고 있다면 이는 대포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점에 착안하여 시중에 유통 중인 대포차를 특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천안시청에 의뢰하여 천안시에 등록된 외국인 명의 차량 1202대를 확인했다. 이번에는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문의해 이 중 불법체류자와 완전출국자 명의 차량 322대를 압축했다.

운행 중인 외국인 차량 4대 중 1대가 대포차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의무보험 가입률과 지방세 체납률은 더욱 심각하다. 322대 중 274대(85%)가 의무보험에 가입되지 않았고, 86.3%인 278대가 체납한 지방세만 2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천안서북경찰서에서는 ‘외국인 대포차 추적팀’을 편성하여 ‘추정 대포차량’ 322대 전수에 대해 차적지를 중심으로 탐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포차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자치단체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에 있기 때문에 경찰이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내부 반대도 있지만, 대포차량을 이용하는 범죄가 발생하면 결국 경찰의 치안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범죄 예방 차원에서 임하고 있다.

운영 한 달 만에 65대를 조사해 이 중 3대는 소재지를 확인해 회수하고 12대는 직권말소했으며, 나머지는 직권말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외국인 대포차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정답이 현장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홍완선(천안서북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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