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칼럼] 이석기 유죄판결이 사법살인? 기사의 사진

‘연가시’라는 영화가 2012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대단한 흥행몰이를 했다고 한다. 만든 분들에게 미안하게도 아직 관람을 못했다. 어쨌든 그 영화의 모티브가 된 연가시의 생태는 참으로 고약하다. 한 번에 수백만에서 수천만 개까지의 알을 낳는데 그게 유충이 된 후엔 모기유충 등에 파고들어 기생을 한다. 성충이 된 모기가 사마귀와 같은 숙주에게 잡아먹히면 연가시는 그 속에서 자란다. 모기유충을 잡아먹은 메뚜기 여치의 체강 속에서 자라기도 한다.

숙주를 자살하게 하는 연가시

소름끼치는 일은 그 다음 단계에서 벌어진다. 성충으로 자란 연가시는 숙주의 뇌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그러면 숙주는 스스로 물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한다. 연가시는 숙주의 몸체를 뚫거나 배설강을 통해 빠져나와 생활하고 다시 교미하여 엄청난 수의 유충을 퍼뜨린다.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유죄판결 소식을 듣는 순간 머리에 떠오른 게 이 ‘흥행에 성공한’ 연가시였다. 이 의원의 변호인들이나 그가 소속된 통진당의 관계자들은 내란을 선동하고 그 준비를 지시한 그의 말을 ‘농담’이라고 둘러댔다. RO라는 조직은 없으며, 국정원의 날조라고 주장했다. 체계적 조직도 없는데 무슨 내란음모냐는 반론을 폈다. 실현가능성이 없지 않으냐, 말로만 한 게 현실적으로 무슨 위험성이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피고인 측으로서 혐의를 부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원과 통진당의 동료의원들, 그리고 당직자들, 일부 추종자들은 엉뚱하게도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고 국정원, 검찰, 법원에 공격을 퍼부었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통진당 김선동 의원은 이 의원에 대한 검찰의 구형과 관련, “정치검찰의 치명적 자해행위며 씻을 수 없는 치욕”이라고 모욕을 안겼다. 17일 법원이 유죄 판결을 하자 통진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며 ‘사법살인’이라고 몰아세웠다.

분노로 떨어야 할 사람 누군데

당 차원이든, 그 구성원의 일부이든 우리 사회에서 우리 법제의 보호와 지원을 받아가며 꾀한 일이 우리 사회를 둘러엎고, 북한 김정은 집단의 무력침략에 내응하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극도의 분노로 떨어야 할 측은 통진당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이다. 설령 억울한 경우라 하더라도 일단은 국민에게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죄하고 자숙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이 의원 등 피고인들과 통진당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다. 구국의 투쟁을 벌이다가 일제 관헌에게 체포돼 일제의 법정에 선 것이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을 만만하게 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지금은 정치민주화가 이뤄진 지도 4반세기가 지난 시점이다. 통진당과 소속의원, 당직자들이 아무 두려움 없이 극단적 주장을 예사로 하고, 대통령을 마음 내키는 대로 조롱·비난할 수 있는 게 그 덕분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도 검찰, 나아가 사법부에 대해서까지 ‘정권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모욕을 안기고 있는 건 정당의 오만인가.

정부에 의해 헌재에 위헌정당 해산심판이 청구돼 있는 가운데서도 통진당은 지난 14일 1분기 국고보조금 7억원을 수령했다. 지난 2011년 12월 창당 이후 지금까지 받은 보조금은 109억원, 국민기탁금은 14억원에 이른다. 만약 정당 차원에서, 혹은 소속의원과 당료들 차원에서 내란을 음모·선동하고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저질렀다면 대한민국은 막대한 돈을 들여가며 ‘연가시’를 키운 셈이 된다. 이 황당함이라니!

이진곤 논설고문·경희대 객원교수 jing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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