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김성국] 룩셈부르크의 교훈 기사의 사진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의 발언은 그간 국내에 만연해 있던 통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불식시키고 외국인들에게 통일 한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세계적인 투자자들이 연일 남북통일이 갖는 경제적, 정치적 가치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멘트를 쏟아내고 있다. 통일된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모습을 갖게 될지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시기에 필자는 올해 초 학생들을 인솔하여 유럽의 강소국 룩셈부르크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필자가 독일 유학시절에 가끔 가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 방문에서 과거와는 다른 큰 충격과 함께 많은 시사점을 얻고 돌아왔다.

룩셈부르크는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벨기에에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면적은 우리나라 제주도보다 조금 큰 정도이고 인구는 54만명가량인데 그나마 45%가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룩셈부르크는 10세기 건국 이후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오랫동안 이웃 강대국들의 침략과 간섭을 받아왔으면서도 19세기 이래 독립을 유지해 오고 있다. 오늘날 룩셈부르크는 유럽연합의 핵심적 국가로서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경제공동체를 출범시킨 초기 6개국 창립멤버에 속한다. 회사로 비유하면 창업자 중 한 사람으로서 EU라는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룩셈부르크는 공식 언어로서 독일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룩셈부르크어(독일어의 방언)를 사용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학교에서 영어도 배우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웬만하면 4개 국어에 능통하다. 그리고 룩셈부르크의 위치는 유럽의 중심으로서 유럽 어디나 쉽게 연결될 수 있는 허브에 위치한다. 육상과 항공교통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국제감각과 언어능력을 갖춘 젊은이가 넘쳐나고 세제혜택까지 있기 때문에 일찍이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들의 본사나 유럽지역 본사를 룩셈부르크에 두고 있다. 미국계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과 스카이프의 유럽지역 본사, 세계 1위의 철강회사 아르셀로미탈의 본사가 룩셈부르크에 있다. 이 밖에도 유럽재판소, 유럽감사원, 유럽투자은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가 이 조그만 나라에 밀집되어 입주해 있다.

한마디로 룩셈부르크는 유럽의 관문이며 유럽연합의 사무실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룩셈부르크는 약소국이라는 콤플렉스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1인당 GDP는 8만여 달러로 세계 2위, 이코노미스트 발표 ‘삶의 질 지수’는 세계 4위에 랭크되는 등 경제적 번영과 정치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오늘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통일 한국은 룩셈부르크의 성공모델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국은 룩셈부르크와 마찬가지로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각축 속에서 영토를 잃고 주권을 빼앗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통일 한국은 오히려 큰 덕을 볼 수 있다. 세계적 투자 전문가인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은 “남북한 간 통합이 시작되면 내 전 재산을 한반도에 쏟겠다”는 언급을 했는데, 그 근거로 한반도 주변에는 소득수준이 세계 정상급인 강대국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즉 통일이 되면 한반도의 위치는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세계적 거대 시장의 한복판 목 좋은 곳에 백화점을 차리는 격이 되고, 중국 및 유라시아 철도, 항공 화물터미널과 같은 인프라를 확충하게 되면 한국은 물류비용 절감과 제조업의 경쟁력을 통해 세계 무역의 허브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류문화가 룩셈부르크의 다중 언어방송인 RTL-TV처럼 한국의 미디어를 타고 동북아시아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생각된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는 성경말씀처럼, 오랫동안 분단의 시련을 겪어온 우리나라가 통일을 이루어 세계의 경제, 정치, 문화의 중심이 되는 꿈은 결코 공상이 아니라는 확신을 룩셈부르크에서 얻고 돌아왔다.

김성국 이화여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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